“北 통전부 명의라면서 통지문엔 통전부장 이름도 없어”
“北 김정은도, 유엔대사도 어떤 매체에서도 이번 사태 침묵”
“정작 청와대와 군은 사과문 받아냈다고 자화자찬”
“부하들 말은 믿지 않고 北 자료만 의지해 시신 수습 나서”
“정치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엘리트 군 출신답게 하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8일 우리 공무원 피살·소각 사태와 관련해 “정체불명의 북한 통지문을 보고도 이상한 점을 못 느꼈다면 장관으로서 무능하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을 질타했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통지문이 통일전선부 명의라고 주장하는데 (거기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이름조차 기재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350여개 단어로 돼 있는 A4 한 장 남짓 분량의 통지문이 우리 측으로 전달된 구체적인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점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통지문이란 것을 낭독한 다음 날 조작·위작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수십 군데를 수정한 뒤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친) 통지문을 과연 북한이 작성한 것이라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북한 통전부가 상대하는 곳은 우리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인데, 그 문서는 청와대 앞으로 내려왔다”며 “통전부가 상대하는 곳이 청와대인가”라고도 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최근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쾌유를 보내는 전문을 보냈다”며 “그러나 우리 공무원을 피격하고 소각한 사태에 대해선 북한의 어떤 매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관련해 “북한 김정은도 말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어느 누구도, 북한 유엔대사도 침묵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 청와대와 우리 군은 사과문 받아냈다고 좋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북한이 남한을 농간하고 있는 건지, 남과 북이 공모해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건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며 “나중에 역사적 사기극이 아닌가 하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홍 의원은 서 장관이 해당 사태를 ‘우리 공무원의 사망 사건’이라고 표현한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북한이 우리 국민을 피격하고 소각한 사건을 두고 국방부 장관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업무보고에서 이 사건을 정의할 때 국방부 장관답지 않은 정치가 개입된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에서 ‘공무원이 피격된 22일 밤과 23일 새벽 사이 수집된 첩보들이 조각조각이어서 신빙성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책임론을 회피하는 모습에도 비판을 가했다. 홍 의원은 “현대전은 속도가 생명이다. 어떻게 자기 부하들이 정리한 사건 개요는 믿지 않고 북한이 내놓은 얼토당토않은 자료에만 의지해 지금 40여 척의 함정을 동원해서 시신 수습에 나서고 있는가”라고 했다.

홍 의원은 마무리에서 “서 장관이 임명됐을 때 대한민국 군을 바로세우리라 기대했는데 이번 사건에서의 대처 과정을 보니 앞선 두 장관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엘리트 군 출신답게 처신하라. 정치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군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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