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금리인상 횟수전망도 2회에서 3회로 올리면서 국내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말에는 최고 연 6%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1.75%(잔액 기준)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6월 기준(1.58%)과 비교해 0.17%포인트 오르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도 지난해 초에는 2.0% 내외였지만 지난 21일 기준으로 2.720%를 기록했다.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미국 금리 인상에 연동해 함께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16년 7월 2.66%에서 올해 1월 3.47%까지 상승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가 지난해에만 0.55%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한다.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 금리도 함께 올려 대출금리를 상승시킨다.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3차례에서 4차례로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은 당초 2차례에서 3차례로 조정했다.

 

 

금융권은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에는 올해 연말에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어 연 6%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시중은행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연 2% 후반에서 연 4% 초반, 고정금리형은 연 3% 후반에서 연 4% 후반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대출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최근에 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 금리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하는데 그쳤지만 연준은 지난해에 0.25%포인트씩 3차례 올렸다.

연준 금리 인상으로 한미 양국 정책금리가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됐고 한은은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한미 금리역전은 자본유출 위험을 높여 국내 경제의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한은이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내수경기가 개선돼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져야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데 한은은 물가상승이 부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으로 급증한 가계부채도 한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 빚을 잔뜩 짊어진 취약계층이 무너지며 경기를 냉각시킬 우려가 있다. 한은은 한미 금리역전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2014년부터 한은을 이끌고 있는 이주열 총재는 최근 연임에 성공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못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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