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규모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수주전에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가 직접 마케팅에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경제 신문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은 국가 정상이 수주 마케팅에 적극 나선 데 비해 한국 정부는 무관심 속에 입찰 참가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경제력이 가장 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잇는 고속철 사업인 만큼 한국, 중국,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관심을 보였다. 낙찰된 기업이 향후 동남아 고속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번 사업과 관련하여 2016년 11월과 2017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시 주석이 직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나 대규모 차관 지원을 약속하며 고속철사업 수주를 지원했고, 2017년 9월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중국에 초청해 자국 고속철의 우수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일본 또한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2016년 9월 리셴룽 총리를 만나 협의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1월 대규모 금융지원과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재작년 입찰 준비 단계에선 중국과 일본에 비해 뒤쳐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순위에서 밀리며 사실상 방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에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상을 만나고도 고속철 관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국토부 차관 주재로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철도연구원 등 실무자가 모여 '전 부처 합동 회의'를 열어 한 달에 두 번씩 전략을 논의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회의는 3~4개월에 한 번 정도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컨소시엄 구성과 지분 투자, 기술이전, 금융지원 등의 핵심 전략을 짜야하는 시기에 코레일 사장은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월간 공석이었고,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간 공석이었던 탓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해외 고속철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건설, 통신, 철도, 금융회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략해야하는 만큼 원자력수주처럼 국가 지도자급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수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를 방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민간기업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6년 당시 컨소시엄 참가 기업들은 27곳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과 기관을 포함해 6곳 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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