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칼럼] 사과하면 안 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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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9.11 16:27:37
  • 최종수정 2020.09.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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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고, 전세계적으로도 강력한 유튜브 컨텐츠였던 K-먹방이 이른바 뒷광고 논란으로 기세가 꺾였다.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업체로부터 광고료와 음식을 제공받았음에도 마치 본인들이 ‘먹고싶어서’ 구매해 먹방을 하는것처럼 거짓말을 쳤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광고 안 보려고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구매했는데 알고보니 15분짜리 광고를 보고 있었다!’ 라며 분노했고, 구독자수 100만 명을 훌쩍 넘겼던 대형 유튜버들이 은퇴를 하거나 부랴부랴 해당 영상들에 유료광고 표시와 사과문을 올리고 자숙중이다. 한 달에만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로 추정되는 먹방 유튜버들의 수입이 불로소득이라는 생각도 시청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 이른바 ‘떡상’ 중인 먹방 유튜버가 있었으니, ‘푸메’다. 그녀 역시 뒤늦게 광고 영상들에 유료광고 표시를 하긴 했으나 그 외의 별다른 조치 없이 먹방계 뒷광고 폭풍속에서도 꿋꿋이 새 먹방 영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강철 멘탈(뻔뻔함)이라면 먹방할게 아니라 정치를 해야 한다.”, “혹시 어디 납치 당해서 영상을 업로드 중이신 건 아니죠?” 등의 비꼬는 댓글 위주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대응방식을 응원하는 반응이 더 많아졌다. 이 유튜버는 알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에서 ‘사과’는 ‘대중으로부터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사람’ 으로의 전락을 용인한다는 것이며, 해명은 또다른 해명거리를 불러온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이 메커니즘을 정치로부터 학습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의 ‘권력에 의한 군 휴가 미복귀 논란’ 이 거세다. 여러 단독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 11일자 오늘은 추 장관 아들의 용산 배치 청탁 의혹까지도 보도 됐다. 그녀의 아들이 카츄사에 지원했던 2016년에서 2018년 사이면 추 장관이 한창 ‘박근혜 대통령이 미용에 2,000억 원을 썼다’ 등 (물론 가짜뉴스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추문들을 살포하고 다니며 국가권력의 사적 남용에 맹렬히 맞서겠다고 촛불혁명인지 뭔지 하고다닐 때라 더 기가 차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반응이다. 우상호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카츄사 자체가 편한 군대’ 라며 마치 군대 미복귀가 카츄사 세계에서는 별일 아니라는 식의 궤변을 했다. 같은당 소속 김남국 의원은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에 미필자가 많아 군 내부사정을 몰라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제기한다.’ 고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군 미필자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이다.) 김종민 의원 역시 “추미애 장관 관련 모든 의혹 거의 가짜뉴스” 라고 엄호에 들어가며 야당과 언론에 공익제보한 국민을 가짜뉴스 유포자로 낙인찍었다. (민주당은 평소 내부고발자에 포상금을 올려주는 등 장려하여 기관을 들쑤시는 것이 전공인 당이다.)

문제는 도덕적 타락에 길들여지고 있는 국민이다. 우리는 조국 사태를 겪었음에도 법꾸라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그와 그의 가족이 모든 의혹과 비위를 방어해내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상식 파괴를 용인해버렸다. 이제 조국 전 장관은 다시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된다. 어떠한 사죄도 뉘우침도 없다. 그저 ‘사법개혁을 방해하는 이명박근혜 세력의 음모다!’ 로 일관이다.

이번 ‘추미애 아들 비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180석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 당대표 출신의 법무부 장관 추미애는 이 모든 의혹을 “소설 쓰고 있다” 며 깔아뭉개고 버틸 것이다. 공직자의 낯두꺼움에 길들여진 우리는 ‘아, 저래도 되는건가보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상식의 높이를 후퇴시킬 것이다. 매일같이 각종 방송과 뉴스에 얼굴을 들이밀며 우스갯소리로 가족보다 얼굴을 자주 보게되는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은 사과하면 끝나는 나라” 라고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세태는 비단 정치의 영역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무섭게 파고들며 국민성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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