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역에서 설탕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
“외화부족에도 설탕 수입 증가...북한정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

평양의 청량음료 매대(VOA)
평양의 청량음료 매대(VOA)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설탕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북한 당국이 시장의 수요에 맞춰 설탕 수입을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최근 국제무역기구(ITC)의 북러 무역자료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지난 5월 116만 2천 달러 어치의 설탕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데 이어 6월엔 136만 달러 어치를 수입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5월과 6월 러시아에서 사들인 설탕은 총 200만 달러 어치가 넘는다.

VOA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월 1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설탕을 사들인 것은 최근 몇 년 간 관측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4월 러시아로부터 설탕 수입액은 43000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입 총액도 75000달러에 그쳤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북한의 러시아산 설탕 수입은 각각 94000달러와 58000달러였다. 이는 최근 월 수입액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으로부터도 많은 양의 설탕을 수입했다고 VOA는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7월 한 달 간 흔히 ‘백설탕’으로 불리는 설탕제품 17,916톤 금액으로는 754만 달러 어치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는 수입액으로 볼 때 북한의 7월 한 달 간 대중 수입품 648개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전체 수입액 6586만 달러의 약 11%에 해당한다.

북한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100만 달러대의 설탕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 각각 4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액을 기록하는 등 설탕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VOA는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확히 어떤 배경에서 설탕 수입을 늘리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물물교환을 추진하면서 한국에서 북한에 보내려고 했던 품목은 설탕이었다.

최근 일부 언론은 과거 북한주민들이 사카린을 이용했지만 점점 설탕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와 설탕 수입 증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북한 전역에서 설탕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6일 VOA에 “설탕 수입 증가는 북한 경제가 개방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작은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일반 소비자들이 먹고 마시는 부분에서 좀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북한정권 입장에서는 외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설탕에 돈을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물품보다 설탕을 더 많이 수입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정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5일 VOA에 “(설탕 수입 급증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 내 배급 사정이 좋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뱁슨 전 고문은 설탕 수입이 최근 단기간에 급증한 데 대해선 10월 노동당 창건 행사 때 배포할 아이들 선물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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