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부터 靑 청원 게시판에 '상소문' 잇달아 올라와...림태주는 임금 자처하며 '하교' 올리기도
"2020년에 왕조시대 상소문 도배되는 나라, 정상인가"...비판 불허하는 文정부 비판도

지난 24일 올라온 '진인 조은산'의 4번째 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4일 올라온 '진인 조은산'의 4번째 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조선시대 형식 ‘상소문’ 청원 글이 화제를 끌자 유사한 형식의 글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12일 올라와 언론 주목을 받은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 청원 이후 상소문 형식의 많은 글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파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해당 상소가 복수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자, 시인 림태주 씨는 조은산을 비판하는 ‘하교(下敎, 윗사람의 훈계 또는 임금의 상소 응답 의미)’까지 올랐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림태주의 ‘하교’는 조은산의 글을 폄하하는 내용이다. 그는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 언뜻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며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이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이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림태주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추천사를 자신의 산문집에 실었던 인사로 알려졌다. 조은산은 이에 대한 재반박도 내놨지만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글을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라는 청원인이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글도 올라온다. 영남만인소는 고종 시절 영남 지역 유생 1만 여명이 정부의 개화정책에 반대하며 낸 상소문이다. 제목은 상소를 올린 조은산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글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정책을 꼬집는 것이다. 앞서 올라온 ‘시무 7조’를 지적하는 듯 하면서도 부동산 차익 관련 논란에 휩싸였던 청와대 인사들을 비꼬고, 문 대통령이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일정책과 친노동적 경제정책 등을 밀어붙인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잇단 ‘상소문’이 올라오면서 일각에서는 “나라가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에선 자신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실제 ‘백성’들은 정부와 관료들을 조선시대의 그것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상소’가 잇달아 올라오고 화제가 되는 데 대해 한 페이스북 시민은 “2020년에 왕조시대 상소문이 도배되는 나라가 정상인가”라며 “국민들이 왕조시대와 같이 상소문을 올리는 것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지금의 통치방식이 조선시대 당시를 떠올리기 때문 아니겠는가”라 지적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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