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26일 오전 람척팅(林卓廷·43) 등 홍콩 민주파 의원 포함 16명의 시민 체포
지난해 7월21일 홍콩 위안랑(元郞) 지구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발생한 '백색 테러 사건' 관련 '폭동' 가담 혐의 있다는 설명
'백색 테러 사건' 진상 규명 요구한 람 의원 체포 소식에 홍콩 민주당 "경찰 사용해 반대파 탄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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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홍콩 지하철에서 발생한 ‘백색 테러 사건’ 당시 촬영된 동영상의 캡처 사진. 흰 옷 차림의 정체 불명의 괴한 100여명이 각목 등을 들고 나타나 지하철 역사에 있던 홍콩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홍콩 지하철에서 발생한 ‘백색 테러’ 사건과 관련해 홍콩 경찰이 폭동에 가담했다며 홍콩 입법회의 민주파 의원 등 16명을 체포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중이다.

지난 2019년 7월21일, 중국과의 경계 지역에 가까운 지역인 홍콩 위안랑(元郞) 지구의 한 지하철 역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흰 옷 차림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 100여명이 저마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역사(驛舍)로 난입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홍콩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테러범은 주로 검은 옷 차림의 ‘범죄인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특히 이들이 중국 폭력 조직인 ‘삼합회’(三合會) 조직원들로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4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당시 홍콩 경찰의 소극 대응 태도에 경찰과 조직 폭력배들 간의 공조(共助)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밝혀진 사실은 없다.

‘백색 테러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이 사건 등과 관련해 홍콩 현지 매체인 밍바오(明報)는 26일 홍콩 경찰이 홍콩 입법회 민주파 의원인 람척팅(林卓廷·43)과 테드 후이(許智峯·38)를 포함해 26세부터 48세 사이의 남녀 1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당시 일어난 폭동에 가담했다는 것이 체포 사유다.

특히 람 의원은 ‘백색 테러 사건’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현장을 실시간 중계했으며 지난달부터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폭력 조직과 연관성이 있는 인물이 사건에 관계해 왔다면서 책임을 추궁해 온 인물이다.

해당 사건 현장에서 부상해 사건의 당사자가 된 동시에 해당 사건의 진실 규명을 요구해 온 홍콩 민주파 의원을 홍콩 경찰이 체포하고 나선 데 대해 홍콩 시민들의 여론이 매우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람 의원의 소속 정당인 홍콩 민주당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체포 사건은) 경찰을 사용해 사회의 이견(異見)을 탄압하는 것으로써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홍콩 당국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한편, 홍콩 치안 당국은 지난해 7월 홍콩 각지에서 ‘범죄인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한 이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로, 체포 대상이 되는 이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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