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같은 신정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 위임 통치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어"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국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20일 자신의 SNS에 글
국가정보원의 '위임통치' 보고 내용엔 "북한을 정확히 보고 있는 상황판단 아냐...여론 호도 위한 변명" 의견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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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사진=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前)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고 있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취임 후 첫 데뷔 무대로 평가받고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국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북한과 같은 신정(神政)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 위임 통치한다는 말은 모순이고 있을 수 없는 말”이라는 요지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이다.

장성민 이사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의 김정은과 국정(國政) 유고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 본다”며 같은 날 박지원 국정원장이 북한 김여정에 의한 ‘위임통치’와 관련해 보고한 내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장 이사장은 “북한과 같은 신정(神政) 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서 위임 통치한다는 말은 모순이고 있을 수 없는 말”이라며 “북한에서 김정은은 절대신과 같은 존재인데, 나이가 이제 37살밖에 안 되는 젊은 지도자를 대신해 위임 통치한다는 것은 하늘 위에 두 태양이 뜬다는 것보다도 더 큰 권력 지각 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이사장은 ‘권력 지각 변동’과 관련해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딱 두가지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이 병상(病床)에 누워 더 이상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 또는 쿠데타에 의해 실권(失權·권력을 잃음)했을 경우를 들고 “일찍이 전자(前者, 김정은이 병상에 누워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국민께 공표한 적이 있으며 지금도 그런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현재 ‘코마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장 이사장은 “그(김정은)을 대신할 완벽한 후계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며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리더십 공백을 김여정을 내세워 조금씩 보강해 나가는 상태”라는 의견을 피력하며 김정은이 ‘코마 상태’에 빠져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김정은의 처(妻) 리설주가 120여일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 김정은의 신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국정원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국정원이 “김정은이 지난 9년 동안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정사를 스스로 돌봄)으로 (북한 사회가) 받은 통치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김여정에게로의 ‘위임통치’ 결정을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장 이사장은 “북한을 정확히 보고 있는 상황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장 이사장은 “(박지원 체제 아래의 국정원이) 이런 수준의 정보라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최근 대북(對北) 라인이 교체되면서 박지원-이인영-임종석 라인이 들어섰는데 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북한에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제 아무리 대북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정은이 ‘위임 통치’를 시작했다는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 내용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정원은 “김정은의 권한이 분산됐다는 의미이지 김여정에게 (전권이) 위임됐다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적극적인 해명을 내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하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의 페이스북 게시물 전문(全文).

<김정은, 아직 회복 불능상태>

북한의 김정은과 국정유고사태에 대한 입장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 본다.

질문1) 국가정보원이 20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등에게 권력을 이양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일단 부인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 기존의 제가 주장했던 것처럼 북한은 지금 국정운영의 리더십이 공백상태를 맞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북한은 신정체제이고 수령 영도체제이며 1인 전제정치의 술탄체제입니다. 그 나라의 1인자는 절대통치자 김정은 뿐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리더십은 지금 행방불명된 상태입니다.

질문2)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김정은 동향에 대해 위임 통치라는 말이 나왔다”며 “김여정이 후계자로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임 통치에 대해 “김정은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씩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는데요?

답변) 북한과 같은 신정(神政)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서 위임통치한다는 말은 모순이고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은 태양입니다. 절대신과 같은 존재인데, 이런 신성한 절대권력을 누가 대신 위임통치한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나이가 이제 37살밖에 안되는 젊은 지도자를 대신해서 위임통치한다는 것은 하늘 위에 두 태양이 뜬다는 것보다도 더 큰 권력지각변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딱 두 가지의 사태가 발생했을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첫째, 김정은이 병상에 누워서 더 이상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이고, 둘째, 쿠데타에 의해서 실권을 했을 경우인데 저는 일찌기 전자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국민께 공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저의 그런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질문3) 아직 김여정이 후계자로 지정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답) 그 부분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분석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일전에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서 정통한 중국라인을 통해 파악한 핵심정보는 사실상 김정은이 코마상태이고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정보였습니다. 저는 36세에 국정상황실을 책임지고 이끌었고, 중국정부로부터는 국빈급 초청을 받아 국빈 숙소인 조어대(釣魚臺)에서 숙식을 했었고 당시 주석궁을 예방하여 장쩌민 주석과도 면담을 한 외교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조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단 한시라도 외교안보에 소홀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국내외 인맥을 철저히 관리해 왔습니다. 매우 신뢰있는 정보를 확보했고 당시로서는 많은 고민끝에 김정은의 건강 악화상황을 국민 앞에 공개했던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서.

질문4) “김여정이 사실상 2인자”라고도 했지만 완전한 후계승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답) 맞다고 봅니다. 최근에도 쉬지 않고 김정은의 건강상황을 추적해 왔고 관심있게 살펴 봐 왔습니다. 그는 현재 코마상태에 빠져 있고 일어나지 못한 상태이나 완전히 생명이 멈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를 대신한 완벽한 후계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며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리더십 공백을 김여정을 내세워 조금씩 보강해 나가려는 그런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설주가 120일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것은 김정은의 건강이 그만큼 위독한 상태에 빠진 것이고 최룡해(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역시 막후에서 북한의 국정전반을 다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4월 11일 이후, 김정은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현장시찰을 정상적으로 해 본 바가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그는 아직 코마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확고한 후계자를 내세우기도 힘든 상태라고 봅니다.

질문5) 그러면 최근에 북측에서 보낸 김정은에 관한 자료들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답)저는 페이크(조작)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온 제 눈에 최근 김정은의 크고 작은 자료 사진은 모두 페이크로 보입니다.

질문 6) 일부에서는 김정은의 권력이양 이유에 대해선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답) 저는 이런 식의 해석은 북한을 정확히 보고 있는 상황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하고, 바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은 일시적으로 모두를 속일 수 있고, 영원히 소수를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 다수를 속일 수는 없다는 투명한 체제라는 점입니다. 지금 이런 정도라도 북한의 국정리더십의 불능 상태를 공개한 것은 역시 판단이 빠른 순발력으로 평가해 주고 싶습니다. 김정은의 나이가 지금 37세에 불과한데 이제 9년밖에 통치하지 않은 그 젊은 지도자에게 무슨 통치 스트레스가 쌓였겠습니까? 그것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7) 박지원 국정원장 체제하의 이런 수준의 정보라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저는 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은 절대수령체제이기 때문에 수령이 움직일 수 없으면 체제가 작동될 수 없는 국가입니다. 국가의 머리와 몸통이 수령입니다. 이 수령의 영도체제로 국가는 운영되고 움직입니다. 그 수령의 영도체제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대체한다는 것은 마치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가 죽어서 부처로 대처했으니 이제 부처를 믿으라고 요구한 것이나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나라나 사회는 작동불능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최근 대북라인이 교체되면서 박지원-이인영-임종석 라인이 들어섰는데 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북한에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제아무리 대북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열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4차 회담을 제의하고 나선 것도 긍극적으로는 김정은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단숨에 거절한 것을 보고 미국은 '아 김정은이 회담장에 걸어 들어올 수 없는 상태이고 마주 앉아 회담할 수 없는 상태이구나'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봅니다. 그로부터 더 이상 어떤 회담 북측에 제의하지 않았습니다.

질문8) 이사장님은 어떻게 북한의 내부 동향을 그렇게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던 것입니까?

답) 저는 우리 국민의 소원이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랐고 정치외교군사적 전략의 최종 목표는 통일한국 대한강국을 만들어 우리의 후세대들에게는 글로벌 강대국을 물려주는 것이 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대 강대국들에 대한 연구를 잠시도 쉬지 않고 있고 이를 위한 정보, 전략, 인맥을 제 나름대로 충실히 잘 보전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목적은 오직 조국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입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따르는 추종자 집단이지 북한을 우리의 전략적 목표대로 이끌어 가는 리더가 아닙니다. 북한에 대해 솔직한 정보를 국민 앞에 공개하고 이를 여야가 공유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주변국들과도 정보공유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대전략을 펼쳐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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