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누수 아니라 오히려 김 씨 일가 더 상위 차원의 존재로 위상 높여줄 것”
“김정은이 모든 책임지면 혼자 감수할 위험도 높아...문제로부터 거리 두려는 시도”

김정은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전원 회의에서는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연합뉴스)
김정은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전원 회의에서는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권한을 측근들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에 대해 실무 기능을 집행할 수 있는 재량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제도와 조직에 근거한 통치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결국 유일한 권력자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동생인 김여정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에게 조금씩 권한을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실질적인 권력을 독점한 채 실무현안을 챙길 수 있는 재량을 측근들에게 준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이 “정권 내 일상적인 절차를 추진할 능력을 측근에게 준 것”이라며 “현지지도나 담화 발표 등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식 특성이 가미된 21세기형 통치체제가 확립되고 있다”며 “공식기구의 역할이 이전에 비해 훨씬 확대됐으며 이는 김정일 시절에는 전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시대에 노동당,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등 공식 회의가 계속 열리고 있으며 최종 결정권은 없지만 최소한 북한 지도부가 정책을 토론할 기회를 얻고 있는 지금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VOA에 김정은의 통치 기간 중 노동당 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김정일 때에 비해 조직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것이 아니라 책임만 위임한 것”이라며 “측근들에게 책임을 나눠준 것은 북한이 현재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모든 책임을 다 지고 있으면 상황이 잘 안 풀릴 경우 혼자 감수하게 될 위험이 크다”며 “따라서 실무 재량을 나눠주는 것은 김정은이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VOA에 “김정은이 측근에게 권한을 주며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보여준 통치스타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미 여러 고위 당국자들이 교체됐다고 지적했다.

타운 연구원은 “김여정 역시 남북관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가 실제로 얼마나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이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는 차원’이라는 국정원의 분석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VOA에 “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코로나, 수해, 미국과의 핵 협상 교착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김정은도 불완전한 일반적인 인간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지도자이기에 측근들과 책임을 나누고 의사결정 과정에 그들을 참여시키고 싶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 시대에 군부보다 당에 힘을 실어주지만 결국 북한체제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모든 권력을 갖고 있으며, 핵 억지력으로 적대세력에 맞서는 것이 북한의 가장 근본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고스 국장도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실무 재량을 나눠주는 것은 권력 누수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 씨 일가를 더 상위 차원의 존재로 위상을 높여준다고 분석했다. 차상위 지도력을 분배해 새로운 보조적인 권력층을 만들어 김씨 일가의 독보적인 위치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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