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 뜻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중도층 이탈”
오정근 교수 “돌려막기 하다보니 공천된 사람도 낙천되고 그 지역의 당협위원장도 배제됐다”

미래통합당은 12일 지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 요인을 분석한 ‘총선백서’ 초안을 발표했다. 통합당은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등 총선 패배 요인을 크게 10가지로 정리한 ‘총선백서’를 이번 주에 출간할 예정이다.

통합당이 이날 발표한 총선백서 초안에서 지난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103석을 얻는데 그친 것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보수통합과 대정부 투쟁에만 매몰된 채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21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대선 이후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선거 종반 막말 논란 ▲최선의 공천 이루어지지 못함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코로나19 방역 호평으로 인한 대통령 긍정 평가 증가 ▲강력한 대선 후보군 부재 ▲국민을 움직일 공약의 부족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10가지로 분석했다.

특히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과 관련해 “수도권 지역의 한 출마자는 후보자 토론회 때 상대 후보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며 호남지역에 출마했던 어느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여당 후보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어김없는 질문 공세를 받았으며 이외에도 여러 출마자들이 어김없이 상대당 후보들로부터 전직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강요받았다”며 “이른바 쉽게 ‘탄핵 프레임’에 빠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후보자 토론회부터 상대 후보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지도부 차원의 전술인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백서는 “결국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가 민주당을 택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의 여파로 보수진영에 대한 호감도 자체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후보자들 중에는 탄핵에 대한 정리가 당 내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그 정리 작업을 주도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입장이 피력됐다”고 했다.

(자료: 오정근 교수)
(자료: 오정근 교수)

한편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을 지낸 오정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총선 실패의 주요 요인으로 ‘돌려막기’를 꼽고,백서에서 이 부분이 강조되지 않은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리저리 돌려막기를 하다보니까 간 사람도 낙천되고 그 지역의 당협위원장도 배제됐다”며 “결국 우리 2명이 안 되면서 민주당은 2명이 당선되는 것으로 마이너스(-) 4배의 악효과를 불러왔다”고 했다. 예를들어 서울 노원병의 경우 이준석 후보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다 보니,그동안 당협위원장이던 김용식 후보를 남양주을로 돌려막았고,남양주을의 당협위원장인 이석우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이석우 후보는 남양주시장 출신으로 지역기반을 지닌 후보인데,아군 분열이 된 셈이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돌려막기의 줄초상이다. 서울 강남갑에서도 태구민 후보를 공천한 결과 기존 국회의원인 이종구 후보를 광주갑으로 이동(돌려막기)했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당시 광주갑의 당협위원장이었던 김장수씨의 경쟁력이 높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결국 김장수씨는 배제되고 이종구 후보는 당선되지 못하는 등 낙하산과 돌려막기의 연쇄 파동으로 비극적 결말을 보였다.강남이나 영남권에는 그나마 낙하산 인사라도 당선됐지만,여타 지역에서는 낙하산 인사와 그에 따른 돌려막기 인사 모두 낙선했다.전국적으로 이런 곳이 20여군데 달한다는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그런 곳에서만 피해를 줄였어도 총선실패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지만,이런 돌려막기의 폐해와 책임에 대해서는 백서에서 비중있게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이같은 돌려막기는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김세연 공관위원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지난 6월 22일 총선 패배의 실패의 전반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백서 제작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백서특별위원회는 정양석 미래통합당 서울시당위원장이 위원장을,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부위원장, 박경은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 천영식 전 KBS 이사, 허진재 한국갤럽 여론분석실 이사 등 총선 출마자와 여론조사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언론인 출신 전문가 등 총 13명으로 위원을 맡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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