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2015년 전두환·노태우 동상 세워놓고 스스로 결정 뒤집어 뭇매
동상 철거하려다 보니 앞서 동상 세운 행위 자체가 법을 어긴 셈이 됐다
보다 못한 도의회가 나서 새로운 조례안 준비...동상 철거의 근거 만드려는 것
그러자 우파성향 시민단체 반발..."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조례안 철회하라"
'자가당착' 빠진 충북도, 손 놓고 눈만 뜨고 있는 형국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충북도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발표했다가 자가당착에 빠졌다. 들끓는 찬반여론에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여 사방에서 비판받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5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동상 철거를 발표했다. 충북도는 동상 철거의 근거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을 들었다. 해당 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경호·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두 전직 대통령은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충북도가 이 법을 적용해 동상 철거를 하려다보니 앞서 동상을 세운 행위 자체가 법을 어긴 셈이 됐다.

충북도는 2015년 이승만 초대 건국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는 9명의 대통령 동상을 청남대에 세웠다. 관광 활성화 목적이 이유였다.

그랬던 충북도가 5년 뒤 동상 철거를 발표해 애초에 법을 어기면서 동상을 세웠다고 자인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충북도는 법을 어긴 동상 설치라는 지적에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이 법이 민간사업에 제한돼 있어 행정절차에 의한 동상 설치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충북도가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뜯어낼 근거는 애매해진다.

자가당착에 빠진 충북도의 어처구니없는 ‘내지르고 보자’식의 행정에 결국 도의회가 나섰다.

29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행정문화위원회는 다음 달 22일 동상 철거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여론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여론조사에 앞서 각계 전문가와 도민이 참여하는 공청회 및 토론회도 연다.

임영은 행정문화위원장은 "동상 철거를 두고 찬반 의견이 심하게 엇갈려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9월 열리는 임시회에서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조례안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의회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동상 철거에 발 벗고 나서자 우파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맞서기 시작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것이므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기념사업을 운운하는 법률이나 조례와는 무관하다"며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도의회는 '여론 수렴'에 나서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충북도는 손을 놓고 눈만 뜨고 있는 형국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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