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지휘권 박탈...전국 고검장 법무장관이 서면 지휘
검사 인사하는 법무장관, 이제 총장 의견 들을 필요 없다
비검사·여성 총장직 임명 권고...대놓고 식물총장화 유도
대검·검찰총장은 허수아비, 법무장관은 무소불위 제왕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결과 발표하는 김남준 위원장./연합뉴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결과 발표하는 김남준 위원장./연합뉴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김남준 위원장)가 내놓은 권고안에 대해 28일 법조계가 들끓고 있다. 권고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 및 인사의견 개진권을 박탈하고 행정·사무만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신 수사지휘권을 쥐게 된 법무부 장관이 전국 6개 지역(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고검장을 서면으로 지휘하게 된다. 이외에도 비(非)검사 출신 외부 인사와 여성 등이 검찰총장에 적극 임명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 사안도 포함돼 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식물화하기 위함” “검찰 사정(司正)기능 해체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개혁위는 전날 오후 2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분산 ▶검사 인사 의견 진술 절차 개선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 3가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중 핵심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는 검찰총장이 아닌 전국 6개 지역(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고검장들에게 맡기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들을 수사 지휘한다는 내용이다. 대신 검찰총장은 검사 징계권과 같은 행정·사무를 하게 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해당 권고안대로 법무부 장관이 전국 각 고등검찰청장을 통해 수사 지휘할 경우, 임기 보장도 안 되는 데다 법무부의 인사 대상자인 고검장들이 과연 수사를 중립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번 권고가 현실화되면 정권이 직접 고검장을 통해 모든 수사지휘를 하게 되고, 검찰총장과 대검은 허수아비가 된다”고 지적했다.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 제34조 1항도 개정하라고 권고한 내용도 독소조항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 대신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검찰총장은 검찰인사위에 서면으로만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인사위 위원들을 구성하는 데 법무부 장관이 관여하므로 인사위는 중립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검찰총장이 인사위에 의견을 제출한다고 해도 인사위가 총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지조차 미지수다. 게다가 추 장관은 올해 1월 윤 총장 측근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윤석열 패싱’ 논란을 자처했다. 개혁위 권고는 사실상 논란의 싹을 없애려는 조처나 다름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장관이 권력을 잘못 행사할 경우,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거대 여당 정국이라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검찰총장직에 비검사·여성 외부 전문가들도 임명하도록 권고한 것 역시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장에 앉혀 검찰 장악을 하기 위한 의도”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현행 검찰청법 27조는 15년 이상 경력의 판검사, 변호사 등 외부인을 총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그간 검사 출신 총장만 나온 것은 검찰 업무의 특성과 검사들에 대한 장악력 등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놓고 식물 총장을 만들어 수사 기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르면 30일 고검·지검장급 교체 인사에서 대부분 자리를 ‘정권 코드 검사’로 채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부는 이번 주 안에 검사의 수사 권한을 축소하는 검찰청법 시행령 최종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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