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北 반중정서 상상 이상…정권보장 뛰어넘는 경제비전 줘야"
정세현 "수교시 北 개방 못할 이유 없다, 비핵화 의제로 성과 못내"
北 사회주의체제·인권탄압·3대세습·핵위협 도외시했다는 공통점

(왼쪽부터)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왼쪽부터)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한 직후부터 여권 인사들로부터 '미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과 수교해 북한 개방을 이끌라'는 취지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악의 인권상황과 3대 세습독재, 핵·미사일 개발 강행을 저질러 온 끝에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 제재 등으로 위기를 맞은 김정은 체제의 보장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한국시간 16일 중앙일보에 '평양의 트럼프 타워도 꿈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홍석현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미(對美) 특사로 파견됐고,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위촉됐다가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칼럼에서 홍 전 회장은 "6.25 전쟁 때 중국은 북한을 도와 미국과 싸웠음에도 김일성은 중국을 경계하라는 유훈을 남겼다. 그 유훈은 3대째 계승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북한의 반감은 상상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기·바둑의) 대국(大局)을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면 북한의 뿌리 깊은 혐중(嫌中) 감정이 눈에 들어올 것"이라며 "지금부터 트럼프는 어떻게 하면 김정은을 유인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5월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홍석현 대미특사(왼쪽 두번째),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 두번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첫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 첫번째)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홍석현 대미특사(왼쪽 두번째),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 두번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첫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 첫번째)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하는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찾았지만 당시 1대 1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은 공개된 적이 없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사진=연합뉴스, 백악관 제공)

홍 전 회장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김정은과의 역사적 만남을 활용할 수 있다"며 "미 프로농구(NBA)의 골수팬인 김정은을 감싸안아 친미주의자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교체도, 붕괴도,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도, 38선 이북으로의 미군 이동도 하지 않겠다는 네 가지 정치적 선언을 뛰어넘는 화끈한 제안으로 북한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거부하기 힘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김정은을 설득해 북한을 친미 국가로 바꿔 놓을 수 있다면 트럼프 생전에 평양에 트럼프 타워가 들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북한 정권에도 "트럼프는 이전(25년 간)의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김정은이 밝힌 비핵화 용의가 또 한번의 속임수로 판명된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진짜 '화염과 분노'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기회를 살려 북한을 정상국가로 바꾸는 대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침착하면서도 용의주도한 운전자 역할이 없었다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미북) 정상회담이 눈앞의 현실이 되는 오늘의 상황은 오기 어려웠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실패할 여유나 사치는 없다"면서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노벨평화상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에게 정권 유지는 물론 노벨평화상이라는 '당근'을 누차 제시한 셈이다.

제19대 대선을 앞뒀던 지난해 2월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대선캠프의 외곽조직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문 대통령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19대 대선을 앞뒀던 지난해 2월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대선캠프의 외곽조직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문재인 대통령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 1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김정은)이 경제를 좋게 만들면 이른바 3대 세습이 정당화되고 앞으로 자신의 국내 정치적 위상이 올라간다"며 "북미(미북)간 수교만 되면 개방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홍 전 회장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말기, 노무현 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고 지난 제19대 대선에는 문재인 캠프 외곽 자문 조직인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북한 정권이 개방을 꺼린다는 일반론에 대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형편이 좋아지면 북한은 그게 누구 덕이냐고 선전할 것이다. 김정은의 은공이 되는 것"이라고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하는 쪽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지금 돌아가는 대북 제재가 최소한 유보된다"며 "이왕 제재가 완화되면 밖에서 물건을 들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월드뱅크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대규모 장기 차관도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달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북한 비핵화 거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에는 "(북핵) 해결 당사자는 미국"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성과를 내려고 한다면 굉장히 애써도 성과가 안 나올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핵 위협 사정권에 들어온 한국 입장에서 비핵화 요구를 의제로 삼으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정 전 장관은 앞서서도 북핵·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목적을 "협상용"이라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태평양을 건너가는데 그걸 갖고 남한을 공격한다는 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 왔다. 단·중거리 미사일도 핵을 탑재한 위협 수단이 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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