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불거지고 지지율하락 이어 권력 내부 분화되면 레임덕 징후로 봐
문재인정권,전임정권 탓하며 비정상적 권력유지...타 정권비해 오랫동안 레임덕 오지않아
최근 이념에 집착한 반시장적 규제로 핵심 지지층 이탈...문지지율 ‘조국 사태’ 이후 최저
여권 차기 잠룡들,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며 일제히 당정과 ‘거리두기’ 나서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의 ‘레임덕’ 현상을 닮아가고 있다. 정권말기 각종 스캔들이 터지고 지지층이 이반하면 권력층 내부에 균열이 일어난다는 데이비드 던 교수의 '레임덕 이론'에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특히 권력층 내부의 균열은 레임덕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다.

최근들어 이념에 집착한 반시장적 규제로 부동산 가격 폭등 결과를 낳자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3040 세대’가 이탈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작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심이 이처럼 악화되자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들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5일 당정협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와 강남구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뉴타운 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후인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며 이런 방침을 확인했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지난 17일 오후에는 ‘3040 문재인에 속았다’는 문구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반대하는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 이른바 ‘작업’을 한 것이다. 다음날 19일 이 카페 회원 500여명은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조세 저항 대국민 집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했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신발을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는 앞서 지난 16일 50대 남성이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고 국회 본관을 나오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구두를 집어던진 것을 모방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주택 구매 목적의 대출이 제한되는 조정지역을 확대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시민들이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여권 차기 잠룡들은 19일 일제히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나빠지자 차기 대권 주자들이 당정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아침 방송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 간 협의가 됐다’고 했던 김상조 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리됐다기보단 의논 과제로 삼기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 핵심 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주택공급의 핵심은 어떤 주택을 공급하느냐로, 투기 수단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등과 같은 주거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그곳은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현재 분양가 상한제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서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제도 아래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은 못 잡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핵심요지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이 지사의 이런 발언은 당정이 검토하는 그린벨트 해제를 토한 주택 공급 확대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 주자들인 이낙연, 김부겸도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의원 측은 이날 “그린벨트를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본다”고 했다. 이 의원은 7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는 그린벨트에 대해 “정말로 필수불가결한 곳이 아니라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이날은 반대 의사를 명환히 한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도 “그린벨트 해제는 마지막에 써야 할 카드”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또는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자 당정청 수뇌부는 이날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회의를 열고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한 이견 조율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그’자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보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며 “개발제한구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작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3.9%p 하락한 44.8%였다. 이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주차(41.4%)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4.5%p 오른 51.0%로 ‘데드 크로스’ 현상이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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