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의연 보조금 담당자 피의자 전환...윤미향 제외한 정의연 관계자 중 첫 번째 입건
정의연 "참고인 조사 불응하자 무리하게 입건" 반발
검찰, 오히려 편의 봐주며 해당 피의자 거주하는 제주도까지 내려가겠다고 해
해당 피의자 "피의자 될 가능성 없다는데?"...검찰 "피의자 될지 말지는 우리 판단"
정의연 측, 검찰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변호사 자문 받아가며 검찰 연락 무시하는 상황
검찰, 정의연 관리 계좌에서 윤미향-故손영미 개인계좌로 정부지원금 흘러간 단서 포착
윤미향과 정의연 관계자들에 대한 혐의 적용 여부 고심...윤미향 소환 초읽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의 전신)에서 정부지원금 업무를 맡았던 전 직원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하자 정의연 측이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법조계는 검찰이 정의연 측에 편의를 봐주고 있는데도 인권침해 소리까지 듣고 있다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검찰은 정대협·정의연이 관리한 길원옥 할머니 계좌의 자금출처 내역 전반을 이미 파악해 처벌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의연 측 변호인은 지난 15일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인권침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정의연 측 변호인은 A씨가 인권보호수사준칙에 어긋나는 강압수사를 받고 있다며 수사심의위 개최도 요구했다. 하지만 17일 오후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는 이를 부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앞서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3일 A씨에게 "2014년 정대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에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니 연락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정대협에서 2015년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을 맡았다.

그러나 A씨는 검찰에 전화로 불출석 통보를 했다. 그는 "6년 전 일했던 내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고, 2015년 2월 퇴사했다"며 "지금은 제주도에 살아 출석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이병석 부장검사) 검사실 소속 수사관은 "2014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 담당자로 이름이 보이길래 전화했다. 나중에 문의 사항이 생기면 전화할 테니 연락을 받아달라"고 답했다.

다음날 해당 수사관은 재차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배려해서 제주지검으로 내려갈 테니 16일 오전 10시까지 와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A씨는 "오래전이라 기억나는 것도 없고 말할 것도 없어 가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다.

이에 해당 수사관은 A씨에게 "그럼 번거롭게 소환장과 체포영장이 발부돼 여러 사람이 가게 될 것이고 (A씨가)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말하기 싫으면 제주지검에 와서 '기억이 나지 않아 진술을 거부한다'고만 말하고 가라"고 했다.

끝내 출석 거부를 한 A씨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러자 A씨는 지난 15일 정의연 측 변호인과 협의해 검찰에 인권침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수사 지속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위 개최까지 요구했다.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 정대협과 정의연 관계자 중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및 입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물증을 확보한 검찰이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피의자로 전환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참고인으로 출석을 거부하다 피의자로 입건된 A씨는 인권침해 신고서에서 "너무 겁이 나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밤에 잠도 자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정의연 측 변호인은 검찰의 이같은 수사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일정과 장소를 정해 출석하라며 압박했고 참고인으로 당장 조사받기 어려운 A씨의 출석 조사를 위해 무리하게 입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A씨는 정의연 측 변호인과 협의한 이후 다시 검찰의 해당 수사관에게 연락해 "왜 소환장과 체포영장을 말해 협박하는 것이냐. 아는 변호사님께 알아봤더니 피의자가 될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며 항의했다. 이에 해당 수사관은 "피의자가 될지 말지는 우리가 판단한다"고 답했다.

정의연 측이 인권침해 등을 주장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데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사건 관계인의 출석조사 요구와 관련해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없었다. 조사 대상자가 변호사와 상의 후 갑자기 출석하지 않겠다면서 검사실의 전화 등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며 "증거관계 등을 고려해 적법 절차에 따라 대상자를 입건하고 재차 출석 요구 연락을 했으나 대상자 측에서 이에 대해서도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제주도에서 거주하는 해당 참고인을 위해 제주지검으로 내려갈 테니 출석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라며 "그런데도 자기 판단만으로 출석할 필요가 없다느니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느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정의연 관계자들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조계의 또 다른 인사는 "원래 검찰은 이렇게 민감한 사건에 대한 수사에선 기습 소환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3일 길원옥 할머니 아들 내외를 상대로 두 번째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이들 내외로부터 쉼터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정의연 관계자들의 증언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정대협·정의연이 관리한 길 할머니 계좌의 이체 내역 중 공소시효가 유효한 2011년 이후 내역을 취합 정리한 상태다. 여기서 윤미향 의원과 故손영미 마포 쉼터 소장의 개인계좌로 정부지원금 등이 이체된 단서를 찾았다. 서울서부지검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 관계자들에 대한 혐의 적용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윤미향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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