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 칼럼] 코로나사태 이후 대학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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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6.23 11:50:19
  • 최종수정 2020.06.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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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온라인 교육시대는 되돌릴 수 없다
대학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인쇄술의 발달에 적응 못한 중세대학들의 수백 년의 침체를 생각해보라
변화가 무엇인지 이해를 해야 적응할 수 있다
구글대학, 아마존대학과 경쟁할 수 있을까?
정부는 대학에서 손 떼고, 대학과 교수들은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길로
황승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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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는 대학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개학 이후, 대학에서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하니 학교 시설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이미 낸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달라는 등록금 반환 투쟁을 하고 있다. 발 빠른 학생들은 이미 휴학을 했다. 코로나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다음 학기에 등록을 꺼려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휴학을 할 것이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교들에는 학교마다 평균 수천 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인데, 다음 학기에 혹은 내년에도 계속 등록을 할지 대학들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의 재정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휴학을 하면 대학들은 치명적인 재정난에 직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 이래 대학생이 되는 연령층의 인구 감소로 대학지원자도 급감하고 있어서 대학의 위기는 일찍이 예상되었는데, 이 위기는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갑자기 앞당겨졌다. 학생 수의 감소로 지방대학부터 운영난에 빠질 것이고, 급기야 교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하는 대학이 생겨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하여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태풍에 과일 떨어지듯 한꺼번에 문을 닫을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등록금을 돌려주세요!”

코로나 사태로 대학들이 인터넷 강의를 기본으로 하는 사이버대학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학비는 사이버대학보다 두세 배 이상 많이 납부했으니 낸 등록금의 일부를 반환하라며 혈서를 쓰는 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 대학가에는 100개가 넘는 대학의 학생회장들이 모여 ‘전국총학생회장협의회’를 만들었고 여기서 교육부와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연계투쟁을 한다고 한다. 어떤 대학은 다음 학기에 등록금을 일정 비율 감면할 것이라 하지만, 학생들은 당장 등록금의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그 이유로, 온라인 강의의 질이 대면수업보다 낮고, 실험이나 실습수업도 할 수 없고, 도서관과 학생복지시설 등 교내 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어떤 학생 단체는 등록금 환급을 요구하면서 집단 민사소송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고, 인건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아서 등록금 환불은 불가하다고 항변한다.  사태가 이렇게 커지자 정부는 학생들에게 직접 지원은 할 수 없지만 재정 상황이 어려운 대학에 간접지원을 방안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이 논란은 다음 학기에도 계속될 것이 예상되고 이 갈등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대학가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더 큰 고민은 대학이 코로나사태 이전의 대학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기를 마무리 해가는 대학들은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의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영국의 많은 대학들은 2021년 여름까지 모든 대면강의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한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이미 다음 학기까지 대면수업은 없다고 선언하고 모든 학사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강의를 계속하면 등록금은 어떻게 책정되어야하는가 논의가 뜨겁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가을에 시작되는 새 학년도의 등록금은 감면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영국은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과 비교하여 최소한 2배 이상이고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3-4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 영국에서 실시된 어떤 조사에서 약 20%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연기할 수 있다고 한다. 입학을 유예하고 대학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대학이 문을 연 것도 닫은 것도 아닌 초유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더 지속될 것이 예상된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이 상황에서 대학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인쇄술의 발달이라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중세 대학의 오랜 침체  

세계 최초의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된 이태리의 볼로냐대학(University of Bologna)이다. 그 후 영국과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각지에 유수의 대학들이 설립되었다. 그 당시에는 성직자들이나 귀족들과 그 자녀들이 조합을 만들어서 가르치고 배웠다. 조합이므로 물론 수업료 등은 없었다. 주로 교회의 시설을 빌려서 강의를 했다. 당시에는 책이 귀해서 주로 수도원에 있는 책들을 필사를 했는데, 200쪽의 책 한권을 필사하는데 4-5개월이 걸렸다한다. 그래서 책은 수도원이나 귀족의 집안에만 있는 귀한 것이었다. 1440년경 독일에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였고, 인쇄술이 유럽 각지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책값이 크게 떨어졌다. 필사본 책 한권의 값은 집 한 채의 값과 비슷했는데, 금속활자의 출현으로 책은 돼지 한 마리의 값으로 떨어졌고, 인쇄소가 늘어나 경쟁이 생기자 값은 더 떨어졌다. 

인쇄술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환경에 대학들은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책이 보급되면서 교회와 대학이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가 지나버렸다. 대학이 아니어도 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지식을 구할 수 있었고, 대학이 아니어도 지적인 교류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지식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학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맞아 변신하지 못했다. 대학이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이 침체가 끝난 것은 1810년 독일 베를린에 훔볼트대학이 설립되면서 부터였다. 나폴레옹에 패한 독일은 대학을 통해 엘리트를 양성하고, 국가를 근대화시키려 하였다. 자유주의자 훔볼트는 기존과는 전혀 새로운 대학을 만들었다. 독일사람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든 지 350년이나 지나서의 일이다. 부국강병을 목표로 세운 이 대학이 내세운 모토는 자유였다. ‘가르칠 자유’와 ‘배울 자유’였다. 교수들이 봉급을 받는 제도도 이 때 만들어졌다. 자유로운 연구와 선의의 경쟁이라는 훔볼트대학의 모델은 이후의 전 세계 모든 대학이 목표로 하였다. 분명히 훔볼트대학 이후의 근대대학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세상을 크게 바꾸었다. 훔볼트 대학 설립 2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확산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사태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대학과 배움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역사는 벌써 한 세대 전에 시작되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의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초유의 사건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 끝이 날지 알 수도 없다. 겨울을 맞이하는 브라질 등의 지구의 남반구 국가들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한다는 뉴스가 있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주춤할 것이라던 북반구 국가들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 코로나 2차 감염이 시작되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하지 않았어도 모두 다 온라인 강의를 접하게 되었고 또 앞으로도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계속해야한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끝이 나면 온라인 강의는 사라질 것인가?   

온라인 강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과 연령과 분야를 막론하고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대안으로 여겨지던 강의 방법이었다. 온라인 강의는 1995년 3월에 필자가 ‘PC통신’을 통하여 ‘정보사회론’이라는 과목의 수업을 실시한 것이 처음이었다. 첫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열리자, 전국의 여러 학교가 여러 개의 과목을 공동으로 운영해보자는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이렇게 시작한 온라인 수업은 전국의 20여개 대학이 모여서 ‘한국가상대학연합’이라는 컨소시엄을 통해서, 수십 개의 과목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와 유사한 원격교육 컨소시엄이 그 후에 여러 개 만들어졌다. 대학가에 일종의 붐이 일어났다. 당시에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갖는 교육계의 변화였다. 5공화국 이후 투자해온 대규모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의 효과를 교육의 측면에서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학교간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공무원들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공무원들이 그냥 둘 리가 있는가? 결국 교육부가 개입하여 ‘사이버대학’ 제도를 만들고 사이버대학 설립 신청을 받고 인가해주게 되면서, 일반 대학에서 일어났던 온라인 교육의 열기는 식어버렸다. 일반대학의 온라인 수업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지금도 모든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 제한 규정을 어기고 수업을 하고 있다. 대학 당국과 교육부는 모른 척 하고 있다. 왜 아직 규정을 바꾸지도 않았을까?  

25년 전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여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교육부는 학교 당국을 통해 필자에게 “어떤 법적 근거로 온라인 수업을 하느냐?”고 해명을 요구했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이 무엇이며’, ‘출석은 어떻게 규정하며’, ‘시험은 어떻게 본다’는 등 수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정리하여 제출했어야 했다. 처음에 필자는, 미래에는 평생교육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평생교육 시대에 맞는 교육방법을 실험해보는 것이 목표였다. 또 일반 대학의 수업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해서 실시하면 장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어떤 전공분야에서는 탁월한 수업효과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호응이 대단히 좋았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졌고, 특히 많은 대학들이 관심을 갖고 정보통신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일어난 자발적인 온라인 수업의 열기를 더 발전하기 전에 식혀버린 것은 교육부였다. 온라인 수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대학을 만들고, 일반 대학의 온라인 수업은 원칙적으로 못하도록 제한해버렸다. 출발할 때는 교육부 평생교육국에서 관리하던 사이버대학을 고등교육국으로 옮기면서 처음 설립 의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었다. 평생교육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주로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고졸자 학생들을 흡수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바뀌면서,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 재단들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반대로 지방대학들은 지원자가 감소하여 더욱 심한 재정압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서울의 많은 대학들은 자기 학교 이름 뒤에 ‘사이버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원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방법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길면 꼬리가 밟히는 법. 코로나사태를 맞아 그 모순이 드러나게 되었다. 

코로나사태 이후의 대학 

올해 초에 필자는 코로나 사태를 예견하고 학교의 담당부서에 전화를 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해야 될지 모르니 교수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안내하는 것이 어떤가를 조언하였다. 또 필요할지 모르니 서버 용량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러나 개학이 임박하도록 학교는 움직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교육부에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을 20% 미만으로 제한해놓았는데 이 수업 제한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개학이 임박해서야 교수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라는 명령이 시달되었고, 개학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던 많은 학교들이 혼란을 겪었다. 교수들도 지침이 없으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개학을 맞아야 했다. 교육부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을 무제한 허용을 하면 사이버대학과 차별이 없어지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아직도 온라인 수업 제한 규정을 바꾸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대학들이 규정을 어기면 그냥 있을 공무원들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잘못에는 말이 없다. 지금도 규정을 어기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교수 개인이나 개별 학교들의 새로운 시도는 규정에 없다며 철저하게 관리한다. 수만 명의 교수들이 모인 집단을 몇 명의 공무원들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 대학에 자율권은 거의 없다. 관리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훔볼트가 얘기했던 대학의 자유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교육부가 유치원도 관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유치원을 관리하게 되면서 유치원교육도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수준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정도에 도달해 있는가?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군림하려는 교육부 공무원들과 교육과 관련 온갖 법을 만들어서 관리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국회의원들의 헛된 망상 때문이다. 한 번도 현장에서 가르쳐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더 설쳐댄다. 교육이 무엇인지 체험하지 못하고 탁상공론만으로 정책을 만든다. 국민의 세금으로 대학에 지원한다며 돈 앞에 굴복시켰다. 관리하고 군림하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대학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서 교수들의 저술과 강의에도 별 사람들이 다 간섭하여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고소를 하고, 학술적으로 쓴 책이나 수업에서 한 강의의 내용 때문에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제 이런 모든 것들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불행하게도 코로나 사태와 함께.

코로나 사태가 열어버린 판도라 상자

기말시험 기간인 지금 대학가에서는 시험에서의 부정행위와 대면시험 거부운동이 논란꺼리이다. 비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적발한다거나 부정행위를 신고한다는 이런 웃기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면시험을 봐야한다는 논리가 등장하고,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시험을 치러야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립되어 있다. 이런 희극적 상황에서 교수들의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위해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 학생들의 원활한 수강을 위해서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다양한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려면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가, 시험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강의 콘텐츠를 제작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서버를 확충하고 장비보급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탁상공론들을 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를 관리하려하고, 학교는 교수들을 관리하려고 하고, 교수들은 학생들을 관리하려고 한다. 이렇게 학교는 부질없는 논쟁과 소모전으로 경쟁력을 잃고 망해간다. 

교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언제가 가장 공부를 많이 했었던 시절이었냐고 묻는다면, 유학생 시절도 아니고, 대학생 시절도 아니고, 지난 2-3년간이었다고 대답한다. 바로 유튜브 때문이다. 운전을 하게 되면 무언가 들을 만한 강의를 하나 골라놓고 운전을 시작한다. 운동을 할 때도 평소 때 관심이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듣지 못했던 긴 강의를 한 두 개 골라놓고 시작을 한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배우고 싶었는데 배우지 못했던 소프트웨어 사용법, 갑자기 생각이 난 오래된 영화나 노래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다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듣는 것은 우리나라와 외국의 뉴스와 논평이다. 가장 재미가 있는 것은 꼭 읽고 싶었던 책의 내용을, 시리즈로 4-5시간 분량으로 소개해 놓은 강의이다. 간혹 다큐멘터리도 본다. 3만원을 주고 사서 설치한 장치로 스마트폰에 나오는 유튜브 방송을 TV화면으로도 본다. 서버가 어떻고 콘텐츠 개발 장비가 어떻고 하는 얘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필자도 이번 학기에 강의를 하면서 줌(zoom)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실시간 비대면수업도 해보았고, 동영상 강의도 만들어서 올려놓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다. 장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서버도 신경 쓸 필요 없다. 이미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어디엔가 올려놓고 그 주소를 보내주면 된다. 학생들에게도 동영상 발표를 해보게 하였다. 교수보다 더 잘 만들었다. 모두들 훌륭한 유투버가 될 자질을 보았다. 이미 우리는 전혀 새로운 학습의 세계에 들어서 있다.

이미 유튜브 세상에는 숨어있던 강호의 고수들이 모두 자신의 필살기를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가 이제 시작되었다. 학교와 신문이나 라디오 또는 TV가 갖고 있던 교육 기능을 유튜브가 거의 다 장악했다. 최고 수준의 강의가 분야를 막론하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있다. 체계를 갖춰 강의를 제공하는 곳들도 많다. Crash Course, PragerU, Khan Academy 등은 체계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체계적이지 않은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도 많다. 매일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들이 쏟아져 쌓이고 있다. 물론 무료이다. 앞으로는 친절하게 정보를 분류하여 안내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도 생겨날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이미 상당히 사라졌고 자동번역 시스템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서 앞으로 언어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한글 자막서비스가 되는 강의들이 조만간 자막이 아닌 음성더빙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앞서가는 학생들은 이미 세계적인 교수들의 강의를 접하고 있고, 부지런한 교수들은 이미 지구 반대편에 사는, 공부를 취미로 하는 사람과 경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교수들과 더불어 모든 우리나라 교수들도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경험하게 된 온라인 교육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 세계의 교수들과 경쟁해야할지 모르는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 사태가 이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구글대학, 아마존대학과 경쟁해야하는 우리나라 대학의 운명

30년 전에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는 2020년이되면 기존 방식의 대학교육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 했다. 공교롭게도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사태 때문에. 피터 드러커는 “시대에 뒤떨어진 요소는 미련 없이 버려라”고 했다.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나아갈 뿐,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세상을 붙잡아두고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한다. 이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새로운 세상이 와서, 아침 안개가 걷히고 나면 전혀 딴 세상이 되어 있을 수 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호기심 많고 배움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린 뒤 일 수 있다. 25년 전 필자가 시작했던 온라인 교육 운동을 교육부가 규제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교육이 어떻게 발전했을까? 교육의 방식과 내용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체계를 갖추게 되지 않았을까? 지나간 일은 뒤로하고, 우리는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나?  

구글이 대학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아마존이 유튜브를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에 구글이 혹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튜버들을 모아서 이들이 생산해내고 또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로 학위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자기 학교의 학위증이 구글 대학의 학위증과 어떻게 다르다고 설명할 것인가? 

미국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같은 대기업들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코로나사태를 맞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 이다. 그런데 많은 대기업 회사들이 코로나사태가 끝이 나도 예전과 같은 근무형태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졸업장과 인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개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업무수행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능력을 유튜브에서도 키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는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하는가에 연구가 집중될 것이다. 새로운 교육을 위한 해결책을 정부와 대학 당국은 낼 수 없다. 살아남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개인들이다. 덩치가 큰 공룡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변신하려는 대학이나 교수들의 발목을 더 이상 잡지 말고 교육에서 손을 떼야한다. 온갖 규제의 쇠사슬에 묶여 있는 대학을 풀어주지 않으면 대학은 변신할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교육에서 손을 떼고, 대학과 교수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 구글 대학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은 구글대학과 아마존대학과 경쟁해야하는 운명에 놓였다. 앨빈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가 변화의 속도에 대해 말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학교는 시속 10마일로 달리고, 정치조직은 시속 3마일로 달리고, 법은 시속 1마일로 달린다고. 현재의 정치조직이 휘두르는 법으로 학교를 이리저리 자르고 오리고 그렇게 재단하여 괴물을 만들면, 그러한 교육체계에서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을 준비시킬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런 최고의 기업이 직접 대학을 만들면 학생들은 그런 학교에 다니지 않을까? 물론 그 학교는 중세 때 대학처럼 학비도 없다. 세계 최고의 교수진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과연 어떤 학교에서 배우려 할까? 이제 구글대학과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교육부가 대학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을까?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질 수 있을까? 밀려오는 쓰나미에서 일부라도 살아남으려면, 정치꾼들은 교육문제에 손 떼고, 정부는 대학에 간섭하지 말고, 대학들과 교수들은 모두 각자도생해야한다. 온라인 강의를 최초로 했던 교수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발목을 잡지 마라! 도와달라는 말은 안한다! 방해만 하지 마라! 적자생존의 시대이다!

황승연(객원칼럼니스트,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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