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독재로 알려져 있지만,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합법적 승인 받아 활동해"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블로그에 게시한 글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김정은은 선거에 의해 선출...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썼다. 논란이 일자 전북 선관위는 지난 8일 이 글을 삭제했다.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블로그에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와 비슷한 (선거)원칙을 가졌다”고 썼다가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했다.

전북선관위는 ‘먼 국가 이웃국가 선거이야기, 북한편’이라는 제목의 글을 2018년 5월 11일에 게시했다.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1차 판문점 회담 직후로, 文정부가 김정은 정권과의 우호협력을 통한 평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시기이다.

전북선관위는 이 글에서 “북한은 정식 국명에도 써져있듯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의 투표 의결에 의해 선출'됐다"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도 모두 (북한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일당 독재라고 흔히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북한 국내에서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2년 개정된 조선민주주의공화국 헌법에는 일반, 평등, 직접적 원칙에 의해 비밀투표로 선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우리와 비슷한 4원칙을 명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한국과 북한 투표의 다른 점에 대해서는 “북한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17세 이상부터 있고, 판결에 의해 제한을 받은 자와 정신병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북선관위의 글이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노동당이 추천한 지역구 단독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로 진행된다. 비밀 투표라고 하지만 투표 방식 자체가 반대표(X)를 쓰는 사람이 드러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전북선관위 측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지만 “(북한 선거의) 특이한 점”이라고 설명한다.

위 사실 때문에 북한은 대의원 선거를 할 때마다 '100% 투표, 100% 찬성'이 나온다. 투표를 안 해도 처벌당한다.

또 북한에는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이 야당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 당들의 간부는 전부 노동당원으로, 북한이 다당제 국가로 보이기 위해 간판만 걸어둔 조직이다. 전북선관위의 글은 이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전북 선관위의 글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그러자 전북 선관위는 지난 8일 게시물을 삭제했다.

전북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글은 선관위 직원인 아닌 외부 블로그 기자가 작성한 것”이라며 “글에 나온 내용이 전북선관위의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우리는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다음은 전북선관위 공식블로그 글 전문

여러분 중국의 선거 이야기는 어땠나요? 중국에서 지금 선거의 모습이 보이기까지는 여러 이념과 사건들이 있었고 아직까지도 어떤 형태로 변할지 예측할 수 없이 아직도 진행 중인 모습이었어요. 중국에 이어서 이번에는 북한의 선거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해요. 최근에 남북정상회담을 성황리에 마치며 북한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었는데요. 저도 자연스럽게 북한의 선거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게 되었어요. 그러면 가장 가까운 북한의 선거 이야기를 알아볼까요.

일단 북한은 정식 국명에도 써져있듯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민주주의 국가에요.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의 투표 의결에 의해 선출되었고, 그 최고인민회의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대의원들도 모두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뽑았어요. 게다가 일당 독재라고 흔히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북한 국내에서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어요.

북한의 선거는 2012년에 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6조의 내용을 기초로 하는데요. 군인민회의로부터 최고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각급 주권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4가지 원칙을 명시했는데요. 우리와 다른 점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17세 이상의 공민,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군대에 복무하는 공민은 선거권을 가지는데, 판결에 의한 제한을 받은 자와 정신병자는 선거권/피선거권이 없다는 점이에요.

북한의 투표 방식 역시 우리와 다르면서 아주 간단해요. 일단, 유권자가 투표소에 신분증의 역할을 하는 공민증을 지참하고 들어가요. 그리고 선거인 명부와 대조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요. 여기까지는 여느 나라의 투표 방식이랑 똑같은데요. 이제부터 특이한 점들이 발견되요. 모든 지역구에서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가 지명한 단독 후보가 출마하게 되요. 후보가 하나뿐이어서 투표용지에 스탬프로 후보 이름이 미리 찍혀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투표는 찬반투표의 형태를 띄고 있어요. 그래서 이 투표용지를 하나의 투표함에 그대로 넣으면 찬성표로 인정이 되요. 만약에 반대한다면 투표용지에 있는 후보자의 이름을 펜으로 X표를 긋고 넣으면 되요. X표를 쓰려면 기표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표소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반대표를 찍겠다는 의미가 되니 자연스럽게 비밀투표로 비밀권은 보장되지 않아요. 그러면 북한은 어쩌다가 이런 선거의 형태를 띄게 되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선거 역사를 되짚어봐야 해요.

북한의 첫 근대적 총선거는 1946년 11월 3일의 도·시·군의 인민위원을 뽑는 투표인데요. 이 당시 북한과 남한은 이제 막 광복을 맞은 시기라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죠. 지금 북한에서 권력을 얻기 위해 강압적인 형태를 띄는 것과 다르게 이때는 "권력이 인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제1원리에 따라 선거를 통해 권력을 창출하려 했어요. 민주주의 권력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하자 없는 선거를 하려고 했죠. 이렇게 도·시·군의 인민위원을 뽑는 투표에 이어 1947년 2월 24~25일, 3월 5일 소지역인 리·동·면 인민위원을 뽑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민위원들로 구성된 인민위원회 대회에서는 대의원을 선출했죠. 결국 이들을 통해 1947년 2월 22일 조선 최초의 근대적 민주 정권인 북조선인민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어요. 그럼 이 때 실시한 선거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이때 이들은 ‘흑백함 투표’라는 방식으로 선거를 했는데요. 후보자를 찬성하면 백색 투표함에, 반대하면 흑색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제도에요. 현실적 조건을 더 중시해서 당시의 문맹률이나 민도를 생각하면 상당한 현실적 장점을 가진 방식이었어요. 이북의 흑백함 투표에서는 투표함이 밀폐된 곳에 있다. 흑백함 자체는 비밀 투표의 원칙에 저촉되지도 않았죠. 하지만 문제는 투표 이전의 과정에 따로 있었어요. 흑백함 투표에는 후보자 수가 많을 때 운용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생기죠. 투표자는 후보 한 명 한 명에 대해 따로따로 찬반을 표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북조선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북민전)에서는 단일 후보를 추천했고, 3459명의 인민의원 자리 중 조정이 안되는 몇 십 개만 복수 후보를 놓고 투표했어요. 그래서 북민전의 조정 작업에 민의의 선택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권력 측에서 입맛에 맞는 후보를 정해놓고 그에 대한 지지를 강요함으로써 투표를 요식 행위로 만든 게 아니냐 하는 문제가 생긴거죠. 때문에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자연스레 조롱의 대상이 되었죠. 그래서 1959년 선거 당시엔 소련과 같은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는데요. 선거구마다 투표함이 하나 있었고, 찬성자는 그냥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고, 반대자는 후보자의 이름을 줄을 그어 지워야 했어요. 선거구에는 칸막이도 설치되었지만, 칸막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반대 투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밀 선거의 원칙은 지켜 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해서 북한은 단일후보, 찬반투표의 형태를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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