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저를 비롯한 제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며 음모론 경계...위축된 심경 드러내기도
-"거짓 이야기들, 누가 그런 이야기들 하는지 충분히 예측...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어"
-"예상했던 일들이지만 너무 힘이 든다"..."가족들에 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주시길 부탁"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더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달라”며 자필 편지로 호소하는 한편, 자신의 폭로를 기획성 폭로라고 몰아가는 이들에 대해 경계심을 표출했다.

김씨는 이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통해 배포한 3월 11일자 편지에서 "차분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진실만을 말씀드렸다"며 "방송 출연 이후 잠들지 못하고, 여전히 힘든 상태지만 꼭 드려야 할 말씀들이 있어 다시 한번 용기내 편지를 올린다"며 운을 뗐다.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저를 비롯한 제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자신의 폭로를 특정 세력의 음모론이라고 몰고가는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잊고 싶고, 말할 수 없던 그 힘겨웠던 기억들이 지난 2월 말 다시 일어났다"며 지난 2월 말에 다시 한 번 일어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언급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았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고 싶었기에 사건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며 폭로의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 큰 권력 앞에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를 드러내는 것뿐이었다"고 강조하며 자신에게 가해질 지 모르는 압박과 위협을 경계했다. 앞서 김씨는 첫 폭로 당시에도 "실제로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나를 지켜주길 바래서 나온 것이다"라며 위축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저에 대해 만들어지는 거짓 이야기들 모두 듣고 있다.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몰고가는 음모론적 시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실제로 정치권과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김씨의 폭로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지역당 곳곳에서 "성상납 한 것 아니냐", "달라는 X이나 주는 X이나" 등으로 피해자까지 싸잡아 폄하한 유력 당원들이 제명당하는 일이 잇따르기도 했다.

또한 친여(親與) 좌파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안희정에서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까지. 이명박 각하가 막 사라지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어 “제가 공작을 경고했다. 그 이유는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당시 “역사적 이정표 같은 인터뷰였다”며 “서지현 검사를 응원한다”고 전한 것과는 판이한 대응이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왜 여당만 터지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이미 여러번 당하고 나서도 자정넘어 자기 발로 남자 혼자 있는 오피스텔 들어가서 그 남자에게 성폭력 당했다고 방송에 나와 이야기 하는 사람의 정신세계 이해가 안간다”, “목적이 있던 것 아니냐”, "성폭행 아닌 불륜같다"는 글이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와 같은 비난 속에 김씨는 "이후 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며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상했던 일들이지만 너무 힘이 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는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들은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 잡힐 것들이기에 두렵지 않다"면서 "다만 제 가족들에 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주시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여러 모습으로 가해지는 압박과 위협 속에서도 함께 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글을 맺었다.

한편,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검찰에 자진출석하여 "(수행비서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의적 책임은 인정해도 법적 책임은 없다는 점을 소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다음은 김지은 씨 자필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김지은입니다. 먼저 미약한 제게 관심과 응원으로 힘을 보태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신 도움 잊지 않겠습니다.

그제는 차분히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진실만을 말씀드렸습니다.

방송 출연 이후 잠들지 못하고, 여전히 힘든 상태지만 꼭 드려야 할 말씀들이 있어 다시 한번 용기내 편지를 올립니다.

더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를 비롯한 저희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제 어려움에 자신의 일상을 뒤로 하고 도와주시는 변호사님들과 몇몇 활동가님들만 함께 계실 뿐입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신으로 리더의 정치관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프에 참여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될 뿐입니다.

잊고 싶고, 말할 수 없던 그 힘겨웠던 기억들이 지난 2월 말 다시 일어났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았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고 싶었기에 사건을 세상에 알려야 했습니다. 그 큰 권력 앞에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를 드러내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습니다.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저에 대해 만들어지는 거짓 이야기들 모두 듣고 있습니다.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들이지만, 너무 힘이 듭니다.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들은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 잡힐 것들이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제 가족들에 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언론에 노출되는 뉴스만으로도 벅찹니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여러 모습으로 가해지는 압박과 위협 속에서도 함께 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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