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 등 3명, 제주기지 반대글 해군 홈페이지에 올려
여론 조성 위해 트위터서 반대글 동원 요청하기도
해군 “국가적으로 도움되지 않는다” 반대글 일괄 삭제
박씨 등 3명, 해군이 표현의 자유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1심 “해군에 과실 없다” → 2심 “삭제는 정당하지 않다”
대법원 “해군 홈페이지, 정치적 논쟁의 장 되는 것 옳지 않다”

 2012년 4월 1일 제주 강정마을 강정포구에서 민노총 조합원 및 해군기지 반대측 활동가들이 구럼비 저지를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로 가로막혀 대치중이다.

해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게시글을 삭제한 해군의 조치는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글이 삭제되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박모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국가가 이들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박씨 등은 지난 2011년 6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 조성을 위해 해군 홈페이지에 공사 중단 요청 글을 남기자는 제안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은 수십 차례 공유됐고, 같은 날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박씨가 올린 글을 포함해 100여건의 건설 반대 글이 게시됐다. 해군은 박씨 등이 올린 글이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을 담고 있어 이 글들을 일괄 삭제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나 제주 강정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공식 입장문을 게시했다.

해군의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규정에 따르면,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을 보이는 경우의 게시글을 삭제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박씨 등 3명은 해군 측의 조치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1인당 70만원의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이 해군 홈페이지 운영 규정에 따라 게시글을 삭제한 것으로 해군 측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고 국가가 30만원씩 배상하라고 인정했다. 2심은 “(당시)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입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사유를 언급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게시글 삭제는 위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추어볼 때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삭제 조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의 시위의 ‘결과물’을 삭제한 것일 뿐, 자유게시판에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집단적으로 항의글을 게시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제한 정도는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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