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0월 납치돼 이듬해 6월 석방된 홍콩 ‘퉁뤄완(銅鑼灣) 서점’ 점장 린룽지가 그 주인공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인터넷 통해 서점을 여는 데에 필요한 운영 자금 모금...한화 약 2억2000만원 모여
린룽지, “중국의 압력을 받은 서점을 다시 열게 된 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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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뤄완(銅鑼灣) 서점 실종 사건’의 무대가 된 홍콩 ‘퉁뤄완 서점’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적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중국 당국에 납치·구금된 바 있는 홍콩 소재 서점 점장이 이달 하순 대만(중화민국) 타이베이(臺北)에 새로 서점을 열게 됐다.

‘퉁뤄완(銅鑼灣) 서점 실종 사건’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린룽지(林榮基·65)는 이달 하순 대만에 새 서점을 열기로 했다. 홍콩 소재 ‘퉁뤄완 서점’에서 점장으로 근무했던 린룽지는 지난 2015년 ▲서점 주주 구이민하이(당시 51세) ▲서점 주주 리보(당시 60세) ▲서점 주주 뤼보(당시 45세) ▲서점 직원 장즈핑(당시 32세) 등과 함께 중국 당국에 납치돼 구금된 바 있는 인물이다. 이유는 이들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서적을 취급했다는 것이었다.

‘퉁러완 서점’은 중국 본토에서의 출판과 판매가 금지된 서적들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객 중 다수가 중국 본토인들로, 이들은 여행차 홍콩을 들른 김에 서점에 들러 체제 비판적인 책들을 구입해 돌아갔다.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에 대해 중국은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해왔지만, 지난 2012년 시진핑(習近平)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등극한 이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때까지 중국 당국이 체제 비판적인 서적을 다루는 서점들에 경고 정도를 해 왔다면, 시진핑의 등장 이후에는 홍콩 지역 내 서점들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던 가운데 ‘퉁뤄완 서점’ 관계자 5명이 지난 2015년 10월부터 12월에 걸쳐 차례차례 종적을 감췄다. 홍콩에 인접한 중국 본토 지역을 방문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그 무렵, 서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생활, 그 가운데에서도 시 주석의 애정 행각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책의 출판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지(紙)는 문제가 된 책의 제목을 《시진핑과 그의 여섯 여인》으로 소개했다.

이른바 ‘퉁뤄완 서점 실종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퉁뤄완 서점’ 관계자 5명의 시종 사건은 이들이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고 나서야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10월14일 실종된 서점 주주 뤄보는 이듬해 3월4일, 2015년 10월24일 실종된 서점 직원 장즈핑은 이듬해 3월6일, 2015년 10월24일 실종된 서점 점장 린룽지는 이듬해 6월14일, 2015년 12월30일 실종된 서점 주주 리보는 이듬해 3월24일 각각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15년 10월17일 실종된 서점 주주 구이민하이는 실종 후 이태가 지난 2017년 10월이 돼서야 구금 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구이민하이는 중국을 탈출해 현재 스웨덴 국적을 취득한 상태다.

이달 하순 대만에서 새 서점을 열기로 한 린룽지는 구금 상태에서 풀려난 이후로도 줄곧 홍콩에서 생활을 해 왔지만, 지난해 3월 홍콩에서 범죄인 신병(身柄)을 중국에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법안(홍콩 범죄인 인도법) 이 상정되자,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는 홍콩에서는 서점 문을 다시 여는 것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대만으로 거취를 옮겼다.

지난해 6월 이후 홍콩에서 폭발한 민주화 운동의 열기 속에서 린은 인터넷을 통해 새 서점을 내는 데 필요한 운영 자금을 모금하기 시작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한화로 약 2억2000만원 상당의 자금이 모였다.

린룽지는 “중국의 압력을 받은 서점을 다시 열게 된 데에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지방에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방문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대만 타이베이에서 서점을 다시 시작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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