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군사위원장은 "北이 대화? 제재회피용…군사대치로 메시지 줘야"
정의용 서훈, 8일 오전 출발해 2박4일 일정…美 고위급과 3번 회동예정
對美 메시지 추측에 확답 않고 "미북대화 성사가 시급"

지난 5일부터 1박2일 대북 특별사절단으로서 방북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부터 1박2일 대북 특별사절단으로서 방북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오전 '방북 결과 설명'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북한 정권이 대미(對美)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특사단 입장을 미국에 전하는 한편, 방북 당시 청취했다는 북한의 비핵화 관련 발언을 전한다는 계획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특사단 귀국 다음날인 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노동신문),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등은 정권과 대북특사단 간 합의 내용이나 비핵화 의지에 관해서는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오히려 한미 연합훈련이나 비핵화에 관해 특사단이 합의를 이루고 왔다는 내용을 하루 만에 정면으로 뒤집는 논평을 잇따라 냈다. 같은날 청와대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과 5당 대표간 비공개 대화에서조차 "언론 브리핑 이상의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 야권의 증언이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해 2박 4일 간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10일 오전(미국 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출발해 귀환한다.

정 실장은 이날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김정은이 북미(미북)대화를 위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은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단계까지 와있지는 않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북미(미북)대화 성사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에서 총 세 차례의 만남을 갖는다. 첫 번째는 미국의 안보·정보 관련 수장 두명과의 2+2회동이다.

미국측 인사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아울러 대북문제를 담당하는 부처 장관들 3명과의 2+3회동이 예정돼 있다. 두 차례 만남은 모두 미국 현지시간으로 8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째 만남은 백악관에서 이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세부 일정은 미국 측과 계속해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이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대북 정상국가 대우 희망 등이 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는 "모두 추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외신에서도 정 실장 등이 미국에 전할 메시지를 주목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정은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미국에 특사로 파견해 비핵화 대화를 진행하려 한다는 보도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정 실장이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 메시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 실장이 북한에 다녀온 직후 방북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아는 사람은 (특사단 5명을 포함해) 6명뿐"이라고 언급했다.

특사단 수석이었던 정 실장은 김정은이 비핵화와 북미(미북)회담에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고 전하면서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정 실장 등은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 서 원장은 일본을 각각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미국이 김정은 정권의 메시지, 문재인 정권의 '중재' 노력에 전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한 것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도록 하거나 적어도 새로운 제재가 부과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북대화 성사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완화하면 안 된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손베리 위원장은 북한 정권이 수십 년간 핵 위협을 고조시킨 후 제재 완화나 대화를 대가로 다소 양보하는 척하는 수법으로 미국을 교묘히 조종해 왔다면서, "그 사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를 개발했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며 "결국 북한은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손베리 위원장은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 한국을 분열시키려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에 응하더라도 북한의 목적을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북한에 군사적으로 맞서는 것이 북한에 가장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특사단이 지난 6일 귀국 후 북측과 합의를 이뤘다고 밝힌 내용 이상의 '파격적'인 메시지가 없다면 미국은 기존의 '최대 압박' 기조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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