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증상인 채 20~24일 제주도 활보, 접촉자 47명 자가격리, 20개 영업장 폐쇄...도 손배소 방침에 정순균 구청장이 반발
해외입국자 14일 자가격리 권고 무시-有증상 활보 논란 놔두고 "관내 美유학생들에 자가격리 당부한 건 24일" 딴소리
"여행중 인후통 아주 미약했다", "딸 스트레스 심했다" "하와이 가려다 제주도여행" "정신적 패닉" "선의의 피해자" 사족 달아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제주도민" "누군 비행기타고 제주 갈 줄 모르나?" "유학스트레스가 자영업자 생계보다 시급하냐"
논란을 '갑론을박' 치부하는 親與언론 보도에도 불똥..."갑론을박 좋아하네. 다수 국민은 지금 폭발 직전이다!"

미국에서 귀국한 뒤 '14일간 자가격리'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유(有)증상인 채로 4박5일간 제주도 여행을 갔다온 뒤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유학생 모녀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두 모녀가 정신적 패닉에 빠졌다고 두둔하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운운해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28일 강남구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학하다 지난 15일 귀국한 딸 김모씨(강남구 21번 확진자)와 그 어머니 박모씨(강남구 26번 확진자)는 지난 20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김씨는 제주도 입도 첫날 저녁부터 오한과 인후통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닷새의 여행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24일 저녁 서울로 돌아온 김씨는 강남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은 뒤 '양성', 어머니도 이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27일 기준 모녀와 접촉한 47명은 자가격리됐고, 이들이 방문한 20개 장소는 폐쇄돼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두 모녀에 대해선 제주 지역사회에서 강남구 측에 항의하는 등 불만이 번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방침도 밝힌 상황이다. 소송 원고는 제주도 예산으로 방역조치를 한 제주도와 영업장 폐쇄 피해업소, 모녀와 접촉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제주도민들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최근 미국에서 귀국 후 '14일간 자가격리 권고'를 지키지 않고 닷새간 제주도를 여행한 직후 거주지인 서울 강남구에서 중국발 우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유학생 딸과 어머니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 '학교생활 스트레스' 등을 운운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사진=강남구청 제공, 강남구 페이스북 등)  

지난 26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미래통합당 소속)는 "이기(주의)적인 여행을 하는 관광객은 필요없다"고 분노를 표하는 한편 "제주도민들이 코로나 유입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들로 인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형사고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에 대해 "유학생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면서 "유럽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 절차가 진행된 게 지난 22일이고 강남구에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최초로 나온 것은 23일"이라며 "구가 재난문자로 관내 미국 유학생들에게 스스로 자가격리하도록 당부한 것은 24일부터였다"고 두둔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해외 입국자들의 2주간 자가격리는 정부가 특별입국 절차를 진행한 22일 이전부터 강조했던 사항인데 졸속 해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또 김씨에 관해 "출발 당일 저녁,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모녀가 여행 4일째인 23일 오전 숙소(호텔) 근처 병원을 방문한 것은 김씨의 증상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 박씨가 전날 밤 위경련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며 김씨도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아 코막힘 증세를 치료한 것일 뿐이라며 우한 코로나에 대한 자각을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스스로 무게를 싣기도 했다.

아울러 "역학조사 결과 유학생 딸에게 코로나19 특유증상인 미각과 후각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여행 마지막 날인 24일부터이며, 이 때문에 이날 오후 5시 서울 상경 직후 오후 7시25분 강남구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서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제주도에서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씨에 대해 "지난해 9월 미국 보스턴 소재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강도 높은 스케줄 등 학교생활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기분 전환을 위해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지난 20일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고 '사족'을 달기도 했다. 귀국 직후 조심성 없는 행보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당사자의 '학교생활 스트레스'를 일반 대중에 호소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정 구청장은 "물론 제주도의 고충과 제주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여론의 비판이 한층 쇄도하고 있다.

공분한 네티즌들은 정 구청장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몰려가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제주도민이다" "정작 패닉 상태에 빠진 건 이기적인 강남 모녀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제주도 업소들이다" "이 시국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딨냐" 등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다음카페의 '제주맘- 제주어멍 제주도부모카페'에는 강남구에 대한 강한 항의의 글들과 함께, 미국 유학생 모녀를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동의하자는 글과 심지어는 정 구청장의 파면 청원의 글도 목격된다.

일부 친여(親與)성향 언론에서 국민 대다수의 비판을 양비론적 제목으로 보도하는 행태에도 네티즌들은 일침을 가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연합뉴스의 <제주여행 모녀 '선의의 피해' 발언 강남구청장, 네티즌 갑론을박> 보도에는 "기사제목 웃기네 다수가 비판인데 갑을론이래"라는 댓글이 게재됐고 6400여건의 추천과 30여건의 반대가 달렸다. 또 다른 댓글은 "지금 아이랑 '집콕'한 지 한달째인데 누군 비행기 타고 제주 가는 방법을 몰라 안 가냐. 경제적으로 힘들고 단절로 스트레스 만땅에다 자유롭지 못한 생활로 짜증 이빠이인데 저 모녀와 구청장이 쌍으로 기름을 부어도 유분수지. 갑론을박 좋아하네. 다수 국민은 지금 폭발 직전이다!"라고 쓰였고, 540여건의 추천과 1건의 반대가 달렸다.

정 구청장을 향해 "누군가의 스트레스는 이해해주고 수십명의 생계는 이해가 안 되니? 이런X이 구청장이라고..."라고 비판하는 댓글엔 3300여건의 추천이 달렸고,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것 봐라. 제주(여행)모녀가 피해자면 제주도민들이 가해자냐? 멍청한 건지, 아니면 유착관계도 조사해봐라"라는 댓글엔 2800여건의 추천이 달렸다. "저 모녀 아버지가 고위공직자인가요? 강남구청장과 친하신가봐요"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엔 700건 가까운 추천이 달렸다. "유학스트레스가 자영업자 생계보다 시급한가", "제주도 상인은 당신 표밭이 아니니 피해를 봐도 된다는 거냐"라고 따지는 댓글들도 반대 없이 추천만 수백건을 받았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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