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언론 통해 밝힌 내 말과 글은 사실”...“문화예술계 성폭력 조사 공식기구 출범하면 상세히 밝힐 것”
-지난 2일, 고은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만한 어떤 행동도 한 사실이 없고, 집필은 계속될 것”
-박진성 시인 "고백한다. 나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
-박진성 시인 "최영미 시인의 증언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고은 시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다"

최영미 시인이 한 달 만에 외국 매체를 통해 성추행 의혹을 부인한 고은(85) 시인에 대해 “딱하다. 용서받을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며 즉각 반박했다.

최 시인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서 “제가 괴물에 대해 매체를 통해 한 말과 글은 사실이다.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고은의 해명에 즉각 반박했다.
 

고은 시인

또한 최 시인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일일이 응하지 못함을 양해바란다”면서 여러 매체에게 “딱하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고은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오랜 침묵을 깨고, 이례적으로 외신을 통해 ‘성추행 의혹’ 전면 부정 입장을 밝혔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고은은 자신의 작품을 영어권에 번역·출판해온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 북스(Bloodaxe Books)의 편집자 네일 아슬리 씨에게 보낸 성명서를 통해 성추문을 부인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사건의 실상과 맥락을 입수할 수 없는 해외의 친구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는 내 자신과 내 아내에게 부끄러울 만한 그 어떤 행동도 한 사실이 없고, 집필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첫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고은은 “최근 의혹들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게 유감이다. 내 행동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고통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를 표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 추행 의혹은 단호히 부인한다.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으로서, 시인으로서 명예를 지키며 집필을 계속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고은의 성추행 의혹은 최 시인이 지난해 말 발표한 시 ‘괴물’이 발단이 됐다. 고은으로 추정되는 ‘괴물 En선생’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폭로했던 최 시인은 최근 ‘괴물’이 과거 술자리에서 자위를 즐기다가, 함께 술자리에 참여했던 여성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추가 폭로했다. 이외에도 복수의 문학계 인사들의 추가 증언이 잇달아 제기되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달 27일 <”고은, 女대학원생 성추행하며 신체 주요부위 노출“>이란 제목의 동아일보 단독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하기도 했다.

한편, 5일 박진성 시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고En 시인의 추행에 대해 증언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며 최영미 시인의 폭로에 힘을 실었다. 그는 "고백한다. 저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다. 그리고 방관자다. 지난날의 제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증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8년 4월에 자신이 목격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자세히 묘사했다. 

박 시인은 "한 대학교의 초청 강연회 뒤풀이를 하는 식당에서, 고은 시인이 옆자리에 앉은 여성 대학원생의 손과 팔 허벅지 등을 만졌고, 바지를 내려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고은 시인의 추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면서 "그 여성이 저항을 하자 무안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퍼를 열고 성기를 꺼내 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당시 동석자였던 여성 3명에 대한 '희롱'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 장면을 본 나도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자신의 성기를 3분 넘게 흔들던 고은 시인이 자리에 앉으며 "너희들 이런 용기 있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혼란스러웠고, 문단의 대선배 고은 시인에게 밉보일까 두려웠다"며 "당시 동석했던 여성분들께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저는 범죄 현장에 있었다. 방관자였음을 시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최영미 시인을 응원한다. 제가 보고 듣고 겪은 바로는 최영미 시인의 증언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라면서 "고은 시인의 진정한 사과를 바란다"면서 "제발,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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