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영 전북대 명예교수] ‘거대 야당’의 거대한 착각
[기고/이재영 전북대 명예교수] ‘거대 야당’의 거대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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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전북대 명예교수

총선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지금, 보수 야당은 큰 착각에 빠져있다. 첫 번째는 소위 반문연대로 보수 대통합을 이루었다는 착각이다. 보수가 모두 한마음으로 뭉쳤다고 하지만 정작 골수 우파들은 공감하지 않으며 미래통합당이라는 어설픈 당명부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기대했던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커녕 좌파의 지지율만 올라갔다. 여론조사가 편파적으로 왜곡되었더라도 변화의 추이는 맞다고 봐야한다.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은 일년 전, 당대표로 당선되기 직전에 비해서 15% 가까이 추락했다. 그리고 얼마전 조사에서는 윤석율 검찰총장에게 추월 당하기도 했다. 황교안에게 등을 돌린 국민들, 정치인도 아닌 윤석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국민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거대 야당'은 그들을 중도층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통합이라는 대명제에 매달려 유승민과 안철수를 쫓아 헤매며 세월을 허비하다 초읽기에 몰려 결국은 모든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 지상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 결과 외연확장으로 중도층을 끌어들였는가? 천만에! 어차피 중도는 좌우로 갈라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유승민을 따라오기 보다는 좌파의 지지율을 올리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총력을 기울여 통합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골수 우파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한폐렴 사태가 4.15총선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희망 섞인 착각이다. 지금 좌파진영은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그 동안 매일 도마에 올랐던 울산선거부정,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조국 수사 등, 이들에게 치명적인 모든 스캔들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덮어 버렸다. 감염확산을 빌미로 야외 집회를 금지함으로써 3.1절 대규모 국민대회를 무산시켜 정권퇴진운동의 강한 압박에서 벗어났다. 또한 질병관리를 빙자한 대규모 추경예산을 풀어서 민심을 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친여 매체를 동원하여 정부가 사태에 아주 잘 대처하고 있다는 거짓 선전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며칠 전 친구와 통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진단수준이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감염여부가 잘 파악되어 확진자수가 많이 나왔다더라"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상당한 보수주의자인 그 사람마저 세뇌된 듯 했다. 우한폐렴 사태는 현정권이 대처를 잘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좌파들이 이슈를 독점하며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반면에 보수 야권은 무기력하게 이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며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좌파에게 유리한 요인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태극기 애국세력은 어차피 보수 야당을 지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시해도 된다는 착각이다. 최소한 애국 국민들은 좌익 정당에 표를 던지며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통합당의 지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광화문 등지에서 태극기를 들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마음을 함께했던 많은 애국 국민들은 황교안 대표의 어설픈 리더쉽, 그리고 야권 통합 과정과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실망감과 좌절감에 빠져있다. 더욱이 태극기 세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극우 프레이임이 두려워서 애써 거리를 두려는 미래통합당의 정략에 분노하고 있다. 그들의 분노와 좌절은 투표장에 나갈 의욕을 빼앗을 것이다. 재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은 크게 참패했다. 패배의 원인으로 탄핵의 후유증, 대선 패배의 연장, 트럼프-김정은 회담 등을 꼽지만 전통적인 보수층의 투표율이 낮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몇몇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문재인 지지율이 왜곡되어 있으며 그 이유는 조사의 표본이 좌편향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편향성을 바로 잡아 환산하면 지지율이 훨씬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면 표본의 편향성이 여론조사기관의 작위적 의도에 의한 것인가? 그런 추측보다는 현재의 정치 상황에 절망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응답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은 어느 여론분석전문가는 문재인 지지율과 같은 논리를 정당과 후보 지지율에도 적용하여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 보다 유리하게 나오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태극기 애국 국민들이 느끼는 미래통합당에 대한 실망이 총선으로 이어지면 여론조사 표본의 편향성이 실제 투표 모집단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론조사를 기피하던 그들은 투표장에도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4년전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던 김종인이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이 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 될 경우에 보수 성향의 주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분위기가 확산되는 듯하여 매우 걱정스럽다.

이재영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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