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사 지낸 홍준표-김태호, TK 공천탈락 의원들 위주로 공관위 결정에 반발 거세..."공천 아니라 사천(私薦)"
무소속 연대와 함께 박정희-박근혜 향수 강한 TK 등에서 일부 인사 자유공화당 합류 가능성도
김형오 공관위원장 "그러면 누가 제일 웃겠느냐...무소속 출마해도 우리 후보들 떨어뜨리는데 기여할 뿐"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각자의 공천신청지역에서 탈락한 인물들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관위에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각자의 공천신청지역에서 탈락한 인물들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관위에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의 지역구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면서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공관위 결정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공천 탈락 의원 중 일부 인사들은 김문수 조원진 대표가 이끄는 신당인 자유공화당에 합류해 유승민계 등 탄핵 찬성파가 다수를 차지했다고 평가되는 통합당 후보들과 정면대결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인천 미추홀구을 현역 3선인 윤상현 의원과 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고향 출마'를 고수해 온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전 최고위원)가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고, 경남지사와 제19대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당대표는 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당대표에게 화살을 돌려 "선거도 임박했으니 (컷오프를 철회한다고) 조속히 답을 달라. 그 이후에는 제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할 것"이라며 "이번 주까지 황교안 대표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공천에서 탈락한 경남 양산시을과 당초 '고향 출마'를 희망했던 경남 밀양군의령군함안군창녕군을 비롯해 대구 일부 지역까지도 무소속 출마 지역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더불어민주당 양산을 예비후보인) 김두관 전 지사가 양산을에 당선되는 없도록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말해 양산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려온 대구·경북(TK)에서 컷오프된 현역의원들도 재심 신청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고려 중이다. TK 컷오프 현역은 강석호·박명재·곽대훈·김석기·백승주·정태옥 의원 등이다. 컷오프된 의원들 중심으로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측근이나 친분이 있는 인사 위주로 공천하고 있다며 '사천(私薦)설'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은 최근 페이스북에 "달서갑 공천이 '막장공천'이었고 밀실에서 이뤄진 사천이라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며 "공관위원장이 감투를 쓰더니 측근들에게 한자리씩 나눠주듯 '사천'에 집중하고 있다"고 썼다.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도 페이스북 글에서 "저 대신 양금희 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았는데, 양 후보는 연동형비례대표제에 찬성했고 심지어 '심상정 대통령 만들기'에 공을 들인 경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백승주 의원(경북 구미시갑)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구미 시민들이 정치적 선택 권리를 배제당했다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여러 사람들과 논의 중인데 시민에게 직접 심판을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 원내수석부대표이지만,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컷오프된 김한표 의원(경남 거제시)도 공관위의 결정에 반발해 재심 신청을 했다. 무소속 출마 여부는 재심 신청 결과를 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무소속 연대' 움직임과 함께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공천 탈락 인사들은 좌클릭이 두드러진 통합당 대신 선명한 우파 성향의 신생 정당인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의 자유공화당 간판으로 총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최근 자유통일당과 우리공화당의 합당 과정에서 김문수 대표와 전광훈 목사 간에 불화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오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사진=연합뉴스)

컷오프 대상자들의 반발 관련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날자로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천이라는 주장은 (공천 결과를) 일부러 객관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말밖에 안 된다"며 "택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 공관위원장은 "내가 사천했다고 지목된 후보 중 반 이상은 공관위에서 알게 된 사람"이라며 "오히려 공천을 못 주게 된 사람 대부분은 가깝고 신뢰했던 사람들이다. 내가 잘 알기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후에도) 정치를 할 사람 같았으면 내 사람을 심고 감정적으로 사람을 잘랐겠지만, 나는 정치를 안 할 사람이다"라며 "(공관위가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일부 공천 탈락자가 무소속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그러면 누가 제일 웃겠느냐"며 "그간 우리가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국민에게 외면받은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선될 수가 없다"며 "단지 우리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김 공관위원장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뭉쳐달라'는 탄핵정변 이래 첫 옥중 서신을 거론하며 "억울해도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라는 뜻"이라며 "(공천 탈락자들이) 이를 자신만 빼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 기대치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들어왔다. 새 사람으로 쇄신하라는 지상명령을 받고 들어온 것"이라며 "희생과 헌신이 없었기에 비난받았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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