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 김모씨에 세 차례 신분증 제출 요구한 뒤 폭력에 가까운 과정 끝에 체포
김씨가 저항하자 바닥에 꿇어앉히고 머리를 바닥에 박는 등 중죄인 취급도
경찰 “공공장소에서 소란 피운 김씨가 신분증 제출 요구 거부...현행법에 따른 적법한 체포”
법조계 “구호를 외치는 것은 헌법이 보장...경찰, 헌법상의 기본권 위배했다”
“도망할 우려도 없는데 경찰은 해당 여성 현행범으로 판단...명백한 권력 남용”
경찰, ‘조국 수호’ 같은 親여권 시위였다면 체포하지 않았을 것 비판도

유튜브 채널 천국사라TV 캡처
사진 = 유튜브 채널 천국사라TV 캡처

경찰이 신분증 제출에 불응한 50대 여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행에 가까운 물리력을 동원해 과잉 제압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최근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수십 년 전으로 퇴보했다”는 등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여성은 ‘문재인 대통령 하야’ 전단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로 신고 대상으로 오인 오인(誤認)돼 경찰한테서 중죄인 취급을 받으며 체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신천파출소 측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쯤 서울 잠실역에서 주부 김모(58·여)씨를 긴급 체포했다. 인근의 한 시위대가 소음을 유발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시위대 중 일부로 판단하고 신분증 제출을 요구, 이에 불응하자 거듭 두 차례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김씨가 “(장 보러 가던 길이라) 신분증이 없다”고 하자 경찰은 “신분증 세 차례 요구했습니다”라고 고지한 뒤 일방적인 제압에 나섰다. 문제는 김씨가 시위대와는 관계가 없으며 거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전단을 돌리던 1인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60세에 가까운 김씨를 중죄인 취급하며 강제 제압했다. 건장한 경찰관 3~4명이 김씨의 양팔을 붙잡고 등 뒤로 꺾었다. 김씨가 저항하자 이들은 김씨 옷을 잡아끌어 바닥에 꿇어 앉히게 한 다음, 김씨의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그리고 김씨 등 위로 올라타고는 손목에 수갑을 채운 뒤 그대로 연행했다. 주변에서 “여경을 불러달라” “경찰이 중공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외치는 소리가 무색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러한 과잉 제압 논란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운 김씨가 경찰관의 거듭된 신분증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현행범 체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214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5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경범죄의 현행범은 주거가 분명치 않을 때(주거 부정) 한해 체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경찰은 김씨가 체포에 저항한 행위를 공공장소인 잠실역에서 소란을 벌인 ‘경범죄 위반’으로, 신분증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은 ‘주거 부정’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과잉 제압’에 대해선 “김씨가 저항하면서 휴대폰으로 경찰관의 머리를 때리고 팔을 물어뜯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5공 시절로 퇴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먼저 현행법상 신분증 제출 거부를 ‘주거 부정’으로 섣불리 해석할 근거가 없다. 또한 김씨는 “신분증이 없다”고만 했을 뿐 도주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현행범을 체포하려면 도망할 우려가 최우선으로 고려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는 반박도 존재한다. 결국 검경 수사권으로 수사 권한이 확대되는 상황에 경찰이 권력을 남용하는 징후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씨는 신천파출소에서 송파경찰서로 이송된 뒤 유치장에서 하루를 꼬박 새운 다음 날 풀려났다. 경찰은 “소란 행위 신고가 들어와 체포한 것이지,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가 ‘조국 수호’와 같은 여권 친화적인 전단을 들고 시위했다면 경찰이 같은 잣대에서 현행법을 적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은 꺼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