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돌아온 새누리당'은커녕 더 좌측으로 간 '좌누리당'이란 느낌...그저 통합 자체에 표를 던지라는 말인가"
"우파의 진정한 통합정당은 탄핵에 대한 도덕적 고백 능력 보여야...나아가 자유 가치 갖춘 우파 대표 당이란 믿음 주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아직도 문제의 근본 잘못 이해...당신들은 통합되지 못해서 패배했던 것이 아니라 패배의 조짐 보이자 먼저 분열"
"이 무리 다수가 요구하는 '탄핵 수용'은 희한한 논리...전선에서 탈영 혹은 이적행위 한 자신들에게 면죄부 달라는 구걸"
"좌파정권 종식이란 공유 목표 하, 먼저 탄핵의 죄과 고백해야...우파 ‘우리 편’ 정당 되기 위해 미래통합당과 자유통일당은 결합돼야"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미래통합당 출범 화면의 ‘이준석’ 옆에 사진이 없었더라면 같은 이름의 세월호 선장이 거기 합류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진보주의에 수십년 매진한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돌아온 새누리당’은커녕 더 좌측으로 간 ‘좌누리당’이란 느낌이다. ‘통합’이란 도구적 가치일 뿐. ‘더불어’란 그 당명 자체가 공동체주의를 반영한다. ‘정의’당은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이름만은 정의 추구를 분명히 가리킨다.

미래통합당으로 모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통합해 이룩하겠다는 목적 가치는 무엇인가? 합하여 중도좌파에 충실하겠다는 것인가. 그저 통합 자체에 표를 던지라는 말인가. 그것이 만들 정책들에 대한 불안감이 앞선다.

우파의 진정한 통합정당은 먼저, 탄핵에 대한 도덕적 고백 능력을 보여야 하고, 나아가 자잘한 프로그램보다는 자유 가치를 갖춘 우파의 대표 당이란 믿음을 주어야 하고, 끝으로 당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과 자유통일당은 반드시 연합되어야 한다.

탄핵: 한국 우파의 도덕 시험

미래통합당은 아직도 문제의 근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당신들은 통합되지 못해서 패배했던 것이 아니라, 패배의 조짐이 보이자 먼저 분열했지 않았나. 지켜야 할 가치가 애초에 없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역풍 피하기에만 몰두했었다. 이념 대결의 최전방에서 목숨걸고 싸워야 할 군인인 국회의원들이 판세가 어려워 보이자 후방으로 도주해 촛불점령군에 순응하는 기회주의 민간인들로 가장 먼저 변신해 갔지 않았던가. 그 빈 전선에, 우파로선 전혀 준비되어 본 적이 없는 전쟁, 곧 노인들과 목사들마저 깃발을 들고 서투른 박자의 함성들을 질렀고 일부 지식인들과 희소한 바른 언론인들이 내는 목소리들에 민심이 동의하기 시작했었다.

이만큼 숨통이 열린 것은 도주한 정규군이 아니라 자유민병대들이 피눈물로 만든 결과이다. 판세를 이 정도 만들어 놓으니 돌연 넥타인 맨 정치 패잔병들이 꾸역꾸역 나타나 4년 의원직자리의 고용 갱신을 구걸하고 있다.

이 무리 다수가 요구하는 ‘탄핵 수용’은 희한한 논리이다. 탄핵의 효과는 타락한 사법권력에 의해 이미 국법 질서체계에 강제로 수용되어졌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를 요구함은 그 전선에서 탈영 혹은 이적행위를 한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달라는 구걸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법 탄핵이었고 그에 바로 대처하지 못한 원죄를 고백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반이 없다면 우파 시민을 무조건 표를 주는 무뇌아로나 보겠다는 태도이다. 투표자들은 죄를 숨기려는 우파 정치인보다 차라리 정직한 좌파 악인에게로 표를 줄 것이다.

실종된 우파 가치

통합정당에게서 자유민주∙자유시장∙법치주의를 연역하는 우파 시민이 얼마나 될까. 진홍(眞紅)도 아니고 순백(純白)도 아닌 핑크(pink)는 절충주의 상징의 정점이다. 처음에는 이 미지근함이 당의 정치적 상징조작 역량의 실종이라 여겼으나 다시 보니 고도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중도 색채를 띠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미신의 근거는 다운스(Anthony Downs)류의 ‘중위투표자’ 정리이다. 5명으로 이루어진 투표자들을 통상적인 다수결 선거에서 좌, 우 이념 선호대로 배열할 때 중위수인 3번째 투표자의 표에 따라 승패가 정해지므로 정당은 그의 비위에 맞추는 정책을 제시하며 결국 중위투표자의 선호에 맞추는 당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투표의 대상이 될 정책 이슈가 한 가지일 때나 타당하다. 현실의 총선 및 대선은 안보, 복지, 치안, 환경, 교육, 고용 등 소위 ‘다차원 이슈’를 다 고려하는데 그 경우 중위투표자 정리는 설명력은 대폭 떨어진다. 거기서도 중간노선만 취하면 승리한다는 건 완전한 미신이다.

우리는 불합리한 투표자들

어설픈 중도주의로 투표자를 끌려는 짓이 무용한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좌파 정권을 지탱하는 다수 투표자들이 결코 합리적 사고로 투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 희대의 거짓말인 ‘소주성’을 강행하면 경제가 위축되고 분배구조마저 악화됨을 좌파 군중에게 증명하여 군중을 설득하겠다는 건 쓸데없다. 그들은 경제 성과를 보고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은 ‘죽어도 문재인’을 찍는다. ‘대깨문’이란 비속어가 주는 함의가 이것이다. 그들로선 그저 ‘우리 편’이기 때문에 문재인과 그의 당을 찍을 뿐이다. 그들에게 좌파 흉내로 유인을 던지는 건 전혀 먹히지도 않는다.

문재인 정권의 안보 파기, 경제 침체, 퍼주기 복지, 사학교육 압살...과 같은 정책들을 만약 자유한국당이 당시 집권해 그대로 실시했더라면 군중은 이에 표를 주었을까? 전혀 아니다. 좌파군중은 지금 야당이 구사하는 반대 논리를 고스란히 동원하여 그것에 극렬히 반대했을 것이다. 결국, 좌파는 자신에게 돌아올 정책 결과보다는 ‘난 우리 이니에게 표를 던졌어!’라는 이른바 ‘정신 승리’를 더 중시한다.

결국,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들이 아니라, 그 정당에 대해 확립된 이미지 및 신념이 더 근본적인 요인이다. 문제는 좌파에게는 ‘우리 편’이라고 확신을 주는 이런 당이 있는 반면에 우파에게는 그런 당이 없다는 것이다. 투표자가 정책보다 신념에 따라 표를 던지는 불합리한 사람이란 것에 상심할 시간이 없다. 그들에게 이 당이 ‘그들 편’ 정당이란 신념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우파 정당도 생겨야 하고.

‘우리 편’ 정당이란 믿음

총선 전략 또한 이를 감안해야 한다. 이러저런 정책프로그램들보다는 당이 주는 이미지 및 당에 대한 신념의 질이 핵심이다. 뷰캐넌의 지적도 유사하다: 자유주의는 효과나 이익보다 비전, 이상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우파 정당도 거기에 표를 준 것만으로 ‘정신 승리’의 만족감을 줄만한 당이 있어야 한다.

그 당이 ‘우리 편’이란 믿음. 그것은 자잘한 정책들이 아니라 당이 함유하고 있다고 믿는 가치체계가 무엇인가에 결정적으로 달려있다. 그 가치는 무엇인가? 보수의 가장 핵심 가치인 ‘자유’가 누락되어 있는 치명적 결함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과연 얼마나 민감한가? 잡다한 시혜성 프로그램들 따위는 그 다음에나 고려할 문제이다. 자유는 곧 우파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통합 우파 정당은 ‘자유’ 가치가 향도해야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 헤쳐모여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듯하고 이제는 이 미래통합당이란 몸체에 우파 가치라는 혼을 불어넣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김문수의 자유통일당은 보수 가치의 정당성에서 분명 한발 앞서 있다. 동시에, 자유통일당이 안고 있는 정치 질량 약세라는 현실도 인정하자.

좌파정권 종식이란 공유 목표 하에, 먼저 탄핵의 죄과를 고백하고, 자유의 가치로 인도되는 우파의 ‘우리 편’ 정당이 되기 위해 미래통합당과 자유통일당은 결합되어야 한다. 통합된 몸체 위에 자유의 가치를 싣지 않으면 우파의 승리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걸 이룩하는 정치 기예(art)에 총선 승패가 달려있다.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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