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후보 사퇴하겠다...오히려 현 경영진 지지하는 입장"
3자 연합 "유감스럽게 생각...그러나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

사진: 연합뉴스 제공

'조현아 연합군'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근 대한항공 노조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뭉친 '조현아 연합군'에 강력한 반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번 자진 사퇴까지 겹쳐 3자 동맹의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전날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3자 연합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내세워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조현아 연합군'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전 상무는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하며 이탈했다는 점도 3자 연합에 큰 타격이다.

김 전 상무는 이날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3자 연합은 지난 13일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이사 후보군을 한진칼에 제안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노조를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와 대한항공 OB임원회 등의 비난이 잇따르자 김 전 상무가 부담을 느껴 자진 사퇴했다는 관측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3자 동맹 낙하산 허수아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조현아 연합군'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또 17일엔 대한항공 노동조합에 이어 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까지 합세해 노조 3곳이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는 한진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며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KCGI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KCGI는 "한진그룹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도 낙후된 지배 구조 때문에 시장에서 회사의 실제 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KCGI가 2018년부터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촉구해왔으나 한진그룹 경영진은 제대로 된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상무의 '자진 사퇴' 의사 표명에 '반(反) 조원태 연합군'의 기세가 한 풀 꺾였다는 관측이다. 3자 연합은 이에 "이사 후보 1명의 사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다음달 25일로 예정되어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과 조 전 부회장 우호 지분에 별 차이가 없어, 결국 이번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의 입맛에 따라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 문제 등 주요 안건들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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