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오스카 4관왕 대기록...국제영화상-각본상-작품상-감독상 싹쓸이
봉준호 '기생충', 오스카 4관왕 대기록...국제영화상-각본상-작품상-감독상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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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이번 오스카 시상식의 사실상 주인공...한국 영화사 너머 세계 영화사에 대기록
"칸영화제와 아카데미가 의도적으로 시상 기준 달리하는 점 고려하면 이해 어려워"
"발전 거듭한 한국 현대사의 저력 일부가 폭발한 현상"...국력이 미치는 영향 결코 무시 못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전세계 영화사를 새로 썼다. '기생충'은 101년 한국 영화사는 물론 92년 오스카 역사에 최초의 기념비적 기록을 남겼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잇따라 거머쥐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당초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 수상까지 점쳐졌지만 이 둘을 포함해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이라는 4관왕을 달성한 것이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샘 멘데스 감독의 '1917',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의 '조커',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거장들의 쟁쟁한 작품들을 뒤로 한 쾌거다.

또한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차지하면서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인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이날로써 봉 감독은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한 아시아계 감독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영화계에서 리안 감독은 동아시아 유교권 문화와 서구식 근대화 간의 사회적 긴장 관계를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리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브로크백 마운틴'(2006)과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우리말로 제작한 영화인 '기생충'으로 각본상까지 받았다. 이는 아시아 영화사 전체를 통틀어도 최초의 기록이다.

영화시상식의 꽃인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까지 싹쓸이한 봉 감독은 이날 오스카 시상식에서 사실상의 주인공이었다.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수상을 위해 세 차례나 무대 위에 오른 봉 감독은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다섯 등분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며 함께 경쟁한 마틴 스코세이지 등의 감독들에게 존경심 가득한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봉 감독은 한진원 작가와 각본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오스카에서 받은 최초의 상"이라며 한껏 의미 부여를 했다.

작품상 수상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와 투자제작사 CJ ENM의 수장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무대에 올랐다. 상상해본 적이 없어 말이 안 나올 정도라고 서로 기뻐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봉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과 유머 감각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조희문 영화평론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보편적 주제인 계급갈등 문제를 무겁고 심각하지 않게 봉준호만의 유머와 경쾌한 리듬으로 다뤘다”며 영화의 기법적 측면을 평가하면서도 아카데미의 시상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칸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은 서로 추구하는 기준이나 선정 결과에 있어 의도적으로 차이를 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및 예술대학원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는 "봉 감독이 내공을 쌓은 것도 있지만 방탄소년단(BTS) 등 문화컨텐츠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에 세계 주류권에서도 동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문화컨텐츠산업인 스토리산업에서도 그 나라의 국력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면서 "발전을 거듭한 한국 현대사의 저력 일부가 폭발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기생충'은 어느 정도의 수준, 내지는 방향으로 작품성을 끌어 올려야 전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현실화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도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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