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수상자들 간 갈등 촉발한 저작권 문제...출판사가 과도한 저작권 챙겨가
문학사상 “저작권 인식 부족...‘저작권 3년 양도’→‘출판권 1년 설정’ 변경” 사과
올해 수상자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 보이콧 이어 지난해 대상받은 윤이형은 절필 선언까지

문학사상 페이스북 캡처.

한국 문학의 중·단편소설을 대표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의 위상에 금이 갔다. 문학사상이 매년 시상하던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싸고 수상자와 출판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끝에 수상 보이콧 사태까지 초래된 것이다.

문학사상은 제44회에 접어든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4일 밝혔다.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작가가 지난달 6일 수상자 공식 발표에 앞서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며 수상을 거부하면서 한 달간 이어진 파문 때문이다. 갈등 요인으로 지적된 저작권 관련 조항은 출판사가 수상작의 저작권 일체를 챙긴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는 절필 선언까지 했다. 이후 황정은, 권여선, 조해진, 구병모 작가 등이 트위터에 ‘문학사상의 업무 거부’를 올리며 보이콧 운동에 동참했다.

사태가 폭발하자 문학사상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학상을 운영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는다. 작가와 독자에게 매우 죄송하다”고 했다. 문제가 됐던 저작권 조항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 3년 양도’를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바꾸고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 해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작가가 수상작의 저작권을 가진 만큼 수상 후 1년이 지나면 작가의 단편선 등 작품집의 표제작으로 수상작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뀌는 조항은 기존의 수상자들에게도 적용될 방침이다.

또한 문학사상은 저작권 문제가 초래된 초기에 “기본 조항은 직원의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한 점도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며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다. 낡고 쇠락한 출판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상문학상’은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을 기리는 뜻에서 1977년 문학사상이 제정했다. 당해 문예지를 비롯한 각 잡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며 이를 묶어 낸 출판물 <이상문학상>은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1회 대상 수상자 김승옥 작가를 포함해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김훈 작가 등이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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