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9일 북한 금별무역 소속 대형 선박 예성강 1호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정유제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을 환적하는 모습(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9일 북한 금별무역 소속 대형 선박 예성강 1호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정유제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을 환적하는 모습(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제조에 북한산 물자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유엔 전문가들이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를 인용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핵미사일 개발로 전 세계로부터 최고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작년까지 시리아에 화학무기 제조에 필요한 내산성(耐酸性·높은 산도에 견디는 성질) 타일, 밸브, 온도계 등을 수출했다. 공급된 물품들은 무게로 치면 50톤, 가격으로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북한은 이 물자들을 최소 40차례 선박으로 실어 나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무기와 석탄 등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금수 품목을 수출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벌어들인 금액은 약 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래리 니키쉬 전 미 의회조사국(CRS) 소속 전문가는 북한이 시리아와 함께 이란, 헤즈볼라 등에 핵 및 미사일 기술, 무기 등을 팔아 외화를 획득했으며 이 규모는 지난 10년간 연간 20억~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리아로 들어간 물자에는 이밖에도 탄도 미사일 부품과 재료들이 있으며 군사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유엔 감찰관들은 보고서에서 북한 미사일 기술자 등이 시리아 내 화학, 미사일 제조 기지에서 무기 개발을 돕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2015~2016년 북한에 축전을 가장 많이 보낼 정도로 양국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양국 간 군사 커넥션이 세계안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는 북한의 도움을 받아 대량 살상 무기인 화학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북한은 그 대가로 현금을 받아 핵미사일 개발에 쓰고 있다는 게 유엔의 판단이다.

시리아는 지난 2013년 미국과 러시아의 중재로 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 조인한 후 2014년 6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감독 하에 사린가스를 포함한 화학무기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화학무기를 유지하고 북한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알자지라 방송과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25일(현지시간)에도 반군 지역인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구타 지역에 공습과 포격을 계속했다. 이 공격으로 동 구타에서 최소 9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고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 관측소는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여성 1명과 어린이 2명도 포함됐다.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동 구타 외곽에 염소가스 폭탄이 떨어진 뒤 어린이 1명이 질식사했다고 현지 의료진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의료진은 이달 초 휴전 협상이 시작된 뒤 처음 일어난 화학무기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4월 아사드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격 초토화시킨 적이 있다. 익명의 미국 국무부 관리는 2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역량 재건을 북한이 지원했을 가능성에 대한 보도를 알고 있다"며 "미국은 이같은 혐의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재료와 장비를 바샤르알 아사드 정권이 입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시리아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지원과 시리아의 지속적인 화학무기 보유 및 사용에 대해 오랜동안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고 북한과 시리아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추가로 위협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인연구위원은 “핵미사일 개발로 이미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에 몰린 북한에게는 상당히 악재”라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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