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탈북민 송환 등에 이용된 투먼 대교가 사실상 폐쇄된 상황”

사진=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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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접경한 중국 도시들에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에 이어 중국에 탈북민 송환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중국의 관영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3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를 인용해 이날 현재 북중 접경 도시인 단둥에서 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첫 확진자 발생 후 닷새 만에 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한 폐렴 감염 확진자는 북한과의 거래와 이동이 활발한 두만강 근처에서도 발생했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운영하는 ‘연변 라디오TV 방송국’과 ‘연변일보’는 31일 지역 보건당국(예방통제지도소조)을 인용해 연변 내 ‘우한폐렴’ 확진자가 31일 현재 2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확진자는 북한 남양과 마주한 투먼(도문)시와 허룽(화룡) 시에서도 발생해 우한폐렴이 북한의 코앞까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VOA는 설명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이날 밝힌 연변 등 지린성과 단둥 등 랴오닝성 내 확진자는 각각 14명과 48명에 달한다.

북중 무역의 최대 거점 도시인 단둥과 연변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자 북한도 바짝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31일 VOA에 북한정권이 육해공 국경을 모두 폐쇄한 데 이어 중국 당국에 탈북민 북송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중국 공안당국과 연계된 관계자들로부터 소식을 들었다며 VOA에 “우한 폐렴 때문에 북한에서 탈북자를 보내지 말라고 해서 중국이 못 보내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북한 당국이 송환 탈북민들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한 소식통도 VOA에 “평소 탈북민 송환과 중국 내 북한 파견 노동자들, 그리고 물품 이동으로 활발하던 투먼 대교가 사실상 폐쇄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중 세관 등 공식 통로가 차단됐어도 밀무역은 막기 힘들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얼어붙은 두만강 지역을 통해 이뤄지는 밀매는 뇌물을 받는 북한 군인들과 장마당에 물건을 공급하는 북한인들의 생명줄과 같기 때문에 일부 축소는 가능해도 중단은 힘들다”고 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앞서 VOA에 북중 국경봉쇄 인해 대북 관광과 북중 교육의 감소를 예상하면서 이번 사태가 북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유통 문제로 중국 내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까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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