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대신 '전원회의' 보도 통해 "美와의 약속 얽매이지 않겠다" 공언
"곧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하게 될 것...충격적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
“미국이 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영원히 없을 것”
비핵화협상 1년 반만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하고 실험 재개 시사
“화려한 변신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대화 가능성 남겨놓기도
김정은, ‘남북관계’ 는 아예 언급 안 해...작년 신년사선 ‘북남관계’ 10번 언급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미국이 대화가 아닌 ‘시간끌기’를 하고 비난하면서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등 북한이 그동안 해온 비핵화 조치를 계속 이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 무기의 등장을 예고하면서도 미국의 대북대응 수위에 따라 대응할 것임을 밝혀 대화의 여지도 남겼다.

김정은은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넷째 날 보고에서 미국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결코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와 핵, 대류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등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선제적 중대조치들’에 대해 미국이 한미군사연습과 첨단 무기 도입, 추가 제재로 응답했다며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 앞에 증명해 보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조건에서 지켜주는 대방(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성과와 복략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며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정은은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 대화의 문이 아직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제4차 전원회의로부터 지난 8개월간을 총화하면서 미국의 태도에 대해 “사면초가의 처지에서 우리가 정한 년말시한부를 무난히 넘겨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는 시간벌이를 해보자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저들의 정치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시인했다.

김정은은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더 굳게 결심하였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만일 우리가 제재해제를 기다리며 자강력을 키우기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적들의 반동공세는 더욱 거세여 질 것”이라며 자력갱생을 기치로 경제발전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이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도’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주목을 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을 추진하지 못하는 남한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이 아예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만자에 이르는 회의 결과 ‘보도’에는 ‘북남(남북)관계’라는 표현 자체가 아예 빠져있고, ‘남조선’이라는 단어는 단 1차례 사용됐다. 그나마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했다’며 미국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10번이나 언급했다. 김정은은 당시 ‘급속히 진전된’ 남북관계를 예로 들며 미북 대화에 기대를 나타냈다. 또한 남북협력 전면 확대를 강조하면서 ‘전제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재개’ 의사를 내미쳤다.

보도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은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하며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적으로 미북관계에 집중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전원회의 결정서의 8개 분야의 주요 내용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목표나 계획은 생략돼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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