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는 들어있지 않은 한숨과 낙담...'최저임금 급등' 등 정책실패 때문
문재인 정부, '지적 오만'에 빠져있어...시장과 전쟁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버려야

공병호 객원 칼럼니스트

술취한 사람 차를 모는 것처럼 정말 아슬아슬하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운용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사람은 대체로 자기 문제가 아니면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그런가 보다”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의 눈에는 그다지 다급하지도 않고 절박하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들 가운데 펄쩍 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말에 봉급이 또박또박 나오는 상황이라면 작심하고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 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바라보고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실물경제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이따금 여론조사를 해보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호소를 댓글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견은 현장에 대한 생생한 감을 더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직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갖게 되는 경제현실에 대한 판단에다 확신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실물경제 상황은 통계자료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통계자료나 연구조사 보고서에는 사람들의 한탄과 한숨과 낙담이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는 “악화되었다”거나 “힘들다”거나 “전년 대비 몇 퍼센트 하락했다”는 정도이다.

내가 보는 한국경제 상황은 거의 전시 상태다. 특히 자영업과 소기업 그리고 중소기업들 최근 상황은 위기 이상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매출 급감에다 원가 급등 2가지가 함께 덮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에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경우도 많고 30퍼센트 하락은 거의 일상적인 현상이다. 인건비 부담이 급등한 상태에서 매출 급감은 대부분 사업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급전을 꾸어서 운전자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문을 닫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악의 경제상황, 정책실패 때문

정부는 그 원인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둘러대지만 내가보기에 70퍼센트 이상은 정책 실패에서 기인하고 있다. 정책 실패 가운데서도 단연코 실물경제를 가라앉히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최저임금의 급등이다. 장하상과 홍장표 주연 문재인 감독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소주성 사회실험은 한국경제에 치유할 수 없을 타격을 입히고 말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실패에 대해서 어떤 반성도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한번”이란 문구를 떠올릴 정도로 지금도 이 정책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정부에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이란 것이 늘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젠든지 수정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처음 했던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이를 밀어붙이면 그 폐해라는 것이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엊그제 식사를 겸한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생동안 사업에 잔뼈가 굵은 한 나이드신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도 내 판단이 잘한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을 합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다가 숱한 경우에 막판에 또 뒤집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면 직원들을 퉅툴대지요. 그러나 조그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회장님이 왜, 마지막까지 고심했는지를 이해한답니다. 나라 일도 판단해서 실행하는 것이니까 다른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고쳐야 합니다. 그것도 빨리 말입니다.”

현실 직시, 지적 겸손 필요

인간의 인지구조라는 것은 늘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적 오만이나 지적 교만처럼 겁나는 것은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이 빠져있는 덫이 바로 ‘지적 오만’의 덫이다. 하나님도 아닌데, 한번 내린 결정의 무오류를 믿고 어떻게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 말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데 거창한 구상은 필요없다. 딱 두가지에 대해서만 완급을 조절해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하나는 최저임금 급등에 대안 대안이고 다른 대안은 주52시간근무제에 대한 대안이다. 2가지만 파격적인 정책 수정을 꾀하더라도 실물경제의 위기를 치유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지적 겸손’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의 인사들은 시장과 전쟁을 해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실물경제가 거의 파괴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공병호 객원 칼럼니스트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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