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송병기가 보낸 제보에 새 비위 내용 추가하고 첩보 형태로 바꿔 경찰에 수사 의뢰
靑, 첩보 문건에 의혹 관련 ‘특정인’ 신원·연락처 기재해 경찰 수사 원조
“첩보에 추가된 내용 없다”던 靑 해명과 정면 배치...‘하명 수사’ 의혹 피하기 위한 변명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연합뉴스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연합뉴스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의혹 첩보 문건에 기존에 없던 새 비위 의혹을 추가해 경찰에 하달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또한 경찰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의혹에 연루된 자들의 신원과 연락처까지 상세히 기재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였던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선거 개입’ 논란은 한층 더 불거질 전망이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2017년 9월경 청와대에 제보한 김 전 시장 비위 의혹 문건과 청와대가 이 제보를 편집해 경찰에 하달한 김 전 시장 비위 첩보 문건을 모두 확보했다. 문건을 제보할 당시 송 부시장은 선거 당시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 합류한 민간인이었다. 이 문건을 첩보 형태로 편집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올린 인물은 검찰 수사관 출신인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다.

두 문건은 A4용지 4장 분량으로 송 부시장의 문건은 ‘울산시장 김기현 비위 의혹’, 청와대가 경찰에 하달한 문건은 ‘지방자치단체장 비위 의혹’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송 부시장의 문건에서 기존에 없는 김 전 시장의 새 비위 의혹을 추가했다.

비위 내용은 김 전 시장과 그 측근들이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비리에 관련됐다는 것으로 해당 의혹을 잘 아는 ‘특정인’의 신원도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검찰 수사를 종용한 것에 이어 수사 방향까지 설정해준 셈이다.

또한 청와대의 첩보 문건에는 김 전 시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으며 각각 의혹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적시됐다고 한다. 여기서도 각 의혹을 잘 아는 ‘특정인’의 신원과 연락처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쉽도록 단어나 내용 등도 손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경찰로부터 해당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았다. 본래 여당 후보인 송 시장보다 여론조사에서 15%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었지만 경찰의 수사 이후 급속도로 지지율이 떨어진 끝에 낙선했다. 이후 경찰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무혐의로 처분하고 종결했다. 이 같은 사실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 시장 당선을 위해 경쟁 후보 김 전 시장을 겨냥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편 이날 밝혀진 사실은 청와대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청와대 A 행정관이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는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며 “이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된 비위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청와대가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하명 수사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해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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