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직 퇴임 후 文정권 국방부 5.18 특조위원장 임명된 뒤 고위공직생활 이어간 인물
특조위 활동 후 권익위 부위원장 임명돼 '이명박 前대통령 다스 뇌물 제보' 등 檢에 전달
靑특감반원 김태우 폭로 이후 공익신고자 인정, 조국 법무장관 임명 이해충돌 지적 등 靑과 각 세워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사진=연합뉴스)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56·연수원 16기)이 임기를 절반가량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권익위 부위원장은 차관급 직위로, 그는 지난해 4월 임명돼 3년 임기 중 절반가량을 채운 상태다.

1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 출신인 이건리 부위원장은 지난주 박은정 권익위원장(67)에게, 16일엔 권익위 직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 당시 그는 '내 할 일을 모두 마쳤기에 이젠 떠날 때가 되었다. 자리엔 욕심이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앞서 권익위가 지난 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지난 9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 수행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권익위 내부에선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이 부위원장이 "원칙대로 가야한다"며 고심하던 박 위원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부위원장이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현 정부의 정의(正義)에 괴로워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을 서울 서부지검에서 수사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법무부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이기도 했던 이 부위원장은 같은해말 검찰 퇴임식에선 일반 직원에게도 제공되는 퇴임용 관용차를 '지금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타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이 부위원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권익위는 물론 청와대서도 당황해하는 눈치"라며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장관직 수행을 놓고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고위공직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설했다.
 
청와대는 권익위가 김태우 전 수사관과 조 전 장관에 대해 예상치 못한 입장을 내놓을 때마다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도 이 부위원장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고 사의표명 사유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부위원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13년 대검 공판송무부장(검사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쳤다가, 2017년 9월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특조위를 이끌면서 이 부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을 가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발표해 정권의 '5.18 성역화' 여론전에 사실상 기여했다. 하지만 헬기 사격의 스모킹건이라고 할 수 있는 물증 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남겼고, 1980년 5.18 당시 공군 관계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출석해 "5·18 광주사태 기간 동안 광주에서 단 한 발도 헬기사격한 적이 없다" "탄약을 소모한 적도 없고 재보급을 받은 사실도 없다. 탄약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반납했다"는 등 기존 주장들을 반박했다.

특조위 활동의 공로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부위원장은 이듬해인 4월엔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임명 당시 청와대는 "반부패 총괄기구인 권익위의 정체성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발표했다. 
 
이 부위원장의 재임 기간 권익위는 '버닝썬 제보' 공익신고를 검찰에 이첩하며 '버닝썬 경찰총장'으로 불린 민정수석실 '윤규근 총경(구속기소)' 수사에 기여했으며,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추가 뇌물(51억) 제보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사표가 수리되면 본인 소속이던 법무법인(유한) 동인으로 돌아갈 전망이며, 총선 출마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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