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1주일 앞두고서야 강석호 출마선언, 유기준 뒤이어...심재철 발표 임박한 듯
강석호 "중도적 협상가" vs 유기준 "黃대표와 함께" 피력...나경원 리더십엔 "협상력 무너져" 일제히 공세
심재철, 출마 전제 여론수렴중으로 3파전 예상...나경원, 이날 의총서 재신임 여부 안건 올렸다가 취소
'국회임기 6개월 미만시 원내대표, 의총서 임기연장 가능' vs '당대표가 원내대표선거 공고권자' 당규해석 논란
"원내대표 나경원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결론...사실상 불신임後 찾아간 黃대표 "고생 많았다"
김세연 "공고권 과대해석" 정진석 "정치 수십년 한 사람 뭐냐" 홍일표·김태흠 "임기 결정권 의총에" 반발

자유한국당이 내년 제20대 국회 종료까지 5개월여 임기를 수행할 원내대표를 새로 뽑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TK(대구경북) 3선 강석호 의원(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에 이어 PK(부산울산경남) 4선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동구)이 4일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수도권 5선의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을)도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까지는 '원내대표 경선 3파전' 전망이 유력하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 강석호 의원, 심재철 의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제20대 국회 자유한국당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유기준 의원과 강석호 의원, 출마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의원.(사진=연합뉴스)

"탄핵 때 자유민주주의 우파 가치 무너져, 좌파독재 저지...황교안 대표와 함께 보수가치 정립" 선언한 유기준

옛 친박(親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멸사봉공,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그간 의정활동의 경험과 경륜을 힘껏 발휘하고자 한다"며 "엉킨 실타래 같은 국정난맥상을 풀어내고 차기 총선에서 한국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품격을 지키면서 당을 강하게 이끄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의 원내협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 여당은 '4+1 구도'의 틀을 만들어 한국당을 배재한 채 고립시키려는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며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에서 다른 정당과 협의하고 연합해 '3+2'나 '2+3'으로 구도를 바꾸고 여당을 압박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은 좌파독재의 장기집권 플랜이다. 오로지 장기집권야욕에 가득 차,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여당과 그 2·3중대의 정치적 야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이달 10일부로 임기를 마칠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과 각을 세우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세력의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데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라며 "의원총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 "원내지도부와 항상 소통해 국민의 뜻과 함께 하는 원내전략을 마련하겠다" 등의 공약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그동안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물론 의원들과 당 운영에 관한 상황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황교안 당대표와 함께 새로운 날개로 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당대표와의 공조 측면을 강조했다.

특히 유 의원은 "좌파독재를 저지하고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수대통합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저는 원내대표가 돼 황교안 대표와 함께 국민이 바라는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야권대통합'을 통한 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탄핵 국면에서 우리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자유민주주의 우파의 가치가 훼손된다며 우려하고 슬퍼했다"면서 "저는 그 과정에서 어렵고 힘들었지만 당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변호사 출신 4선의 중진의원으로서 당의 대변인과 최고위원, 국회외교통일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 사법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을 역임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오로지 당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중도적인 실속형 협상가, 창피하지 않은 보수 만들어야" 피력한 강석호..."무너진 협상력" 일제히 힐난받은 '나경원 리더십'

전날(3일)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강석호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원내 '협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자신을 피력했다. 그는 옛 비박(非朴)계로 분류돼왔으나 '바른정당 복당파'로 불리는 의원들과는 달리 탄핵정국 이후 탈당을 선택하지 않고 잔류한 인물이다.

강 의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협상력과 정치력이다. 반대와 투쟁이 야당의 특권일 수는 있지만, 야당의 진정한 무기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협상이어야 한다"며 "협상을 통해 우리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도 모자란 판에 협상의 주도권은 고사하고,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손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너진 원내 협상력을 복원하고, 국민들께 인정받는 수권 야당으로 한국당을 다시 세우는데 저 강석호가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거듭 "협상과 교섭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기업을 운영하며 노사간 협상을 해온 경험, 기초의원, 광역의원, 국회의원을 거치며 쌓아온 정치적 경험, 농해수위 간사, 국토위 간사를 역임하며 상대당과 협상했던 경험, 외교통일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을 역임해 중재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 정부·여당과 실질적인 협상(give and take)을 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중도적인 '실속형 협상가'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원내대표 독주' 논란을 의식한 듯 "많은 의원들에게 사안에 따라 전면에 나설 기회를 주고, 저는 한발 물러선 협상가·중재자로서의 원내대표론을 강조해 큰 틀에서 정책적 화두를 중심으로 건전한 대여투쟁, 중도층 포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우파통합에 관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보수통합"이라며 "원내 보수통합을 위한 정책연대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원내 보수정당 간 정책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낸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현존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안철수계와 관계가 원만함을 시사했다. 그는 "2016년 최고위원으로서 국정농단의 동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당의 화합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며 "한국당 뿐만 아니라 보수정당 의원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 보수통합에 있어 실질적인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자임했다.

강 의원은 "한 청년은 한국당의 현 주소를 '샤이(shyㆍ숨은) 보수'가 아니라, '셰임(shameㆍ창피한) 보수'라고 지적했다"며 "최소한 어딜 가도 보수라고 말하는 자체가 수치심이 들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지지자들에 대한 예우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대여(對與)투쟁에 관해서는 "저는 민생경제를 위협하는 인기영합주의 과도한 분배정책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등을 막아내면서 보수의 가치를 다시금 국민께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등 좌익포퓰리즘 정책 방향의 가부(可否)논쟁을 '분배정책이 과도한가 적은가'의 문제로 인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튿날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선명한 비전을 제시해 당의 가치를 드높이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지난 12월3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는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 광장 '투쟁 천막'에서 에서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임기 연장 여부를 논의했다.(사진=연합뉴스)

심재철도 출마 전제로 여론수렴 중...때늦은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 나경원 재신임 여부 결론 늦게 내려진 탓   

한편 먼저 출마를 선언한 두 의원에 이어 심재철 의원도 출마를 전제로 당내 여론을 수렴 중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당내에서는 신상진·안상수·윤상현·주호영 의원 등도 자천타천 차기 원내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가 선거 공고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뒤늦게 불이 붙은 것은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문제가 뒤늦게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당 당헌 제62조 2항은 원내대표 임기를 1년으로 규정한다. 지난해 12월11일 선출된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10일까지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정확히 일주일 남은 이달 3일에야 강 의원이 먼저 출마선언에 나서면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 문제가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당규 제24조 3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때에는 의원총회의 결정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3일 강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선언 직후 열린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는 이를 근거로 임기 연장 여부에 관한 당규에 따라 재신임을 묻는 의총을 4일 열겠다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한국당 당규는 3조 1항에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일을 당대표가 공고하도록 하고 있어, '공고권자'인 당대표의 동의 없이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을 위한 의총을 소집한 것은 공고권 침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3일 오후, 황 대표가 8일간 '망국(亡國)정치 분쇄' 단식투쟁을 벌였던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천막 인근에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를 논하기 위한 긴급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이해관계 당사자라는 이유 등으로 나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최고위 논의에서 빠진 가운데, 황 대표와 조경태·김순례·김광림 최고위원과 박완수 신임 사무총장이 논의해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12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공개발언에 앞서 착석해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 임기 종료 1주일 전에야 최고위서 "재신임 않기로" 의결...승복한 나경원 "黨의 승리 위해 내린 결정" 

나 원내대표는 당초 이날 의총의 안건을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로 미리 공고했다가, '국회 협상 보고'로 안건을 바꾼 채 의총을 열었다.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는 재신임 여부를 묻지 않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국당 (총선)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 행복과 대한민국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불신임'에 승복하고 의총 직후 국회 원내대표실로 향한 나 원내대표에게, 청와대에 있던 황 대표가 내방하기도 했다. 약 10분간 면담한 뒤 황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고, 당을 살리는 일에 힘을 합치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김태흠 의원이 '최고위에는 원내대표 재신임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선 "여러가지 의견들에 대해 당 조직국에서 법률 판단을 했고, 그에 따라 저도 판단을 한 결과다. 법 규정에 관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당 일각에선 황 대표의 원내대표 재신임 거부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최근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에서 교체된 3선의 김세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 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라며 "삼권분립 국가에서 권리가 허물어지는 것 같은 충격"이라고 반발했다.

4선의 정진석 의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농성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정치 혼자 하느냐. 정치 몇십년씩 하는 사람들은 뭐냐", "정치 20년 한 사람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본다"고 큰 소리로 불만을 표했다. 황 대표가 최근 정무직 주요당직자를 교체하며 친황(親黃)체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원내대표 임기 연장도 불허한 것을 계기로 현 지도부를 처음으로 공개비판한 셈이다.

3선의 홍일표 의원도 동료의원들에게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돌렸다고 한다. 홍일표 의원은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게만 있다"며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 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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