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망치는 건 국가 기본 허물어뜨리는 국기문란"
"195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에 이런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여당 도와달라' 했다가 탄핵 회부돼"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지난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자기 출세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를 망치고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렸다"고 일갈했다. 송 전 지검장은 황 청장이 울산경찰청장이었을 당시 울산지검장으로 함께 있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로부터 받은 정보들을 토대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들을 수사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올해 3월 경찰이 송치한 사건 모두를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95쪽짜리 불기소 결정문에서 이례적으로 "혐의 입증이 전혀 없이 수사권을 남용해 정치중립성을 상실했다"고 울산경찰청을 질타했다.

또 검찰은 "증거가 부족해 무죄 선고가 뻔한 이 사건에 관해 '아니면 말고' 식의 신중하지 못한 기소 의견 송치가 있었다"며 "피의사실이 지속적으로 공표되는 등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기소 의견 송치는 수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울산경찰청을 꾸짖었다.

송 전 지검장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가 소위 하명수사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당시 울산경찰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황 청장이 증거 없는 수사를 했다. 검사가 중간중간에 '죄가 안 된다'며 수사하지 말라고 지휘해도 바득바득 우겨 가면서 계속 밀어붙였다"고 답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5월, 7월, 9월 등 수 차례에 걸쳐 울산경찰에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 달라"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며 같은해 12월 다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송 전 지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갔던 때보다 지금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망치는 건 국가의 기본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서 (황 청장이 한 수사는) 국기문란이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당 도와주세요'라고 했다가 탄핵 심판에 회부됐다. 이건 말로 '도와주세요'가 아니고 칼질을 해댄 거다. 그러면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송 전 지검장은 청와대와 당시 조국 민정수석, 그리고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에도 쓴소리를 했다. 당시 수사 배경에 대해 그는 황 청장 독단으로 밀어부친 게 아니라 "사실상 인사권자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잘 보이려고 한 수사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95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에 이런 수사를 경찰이 했다. 일개 하위직도 아니고.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까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송 전 지검장은 대전 출신으로 충남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고시(31회)에 합격했다. 지난해 6월 울산지검장으로 부임한 송 전 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은 후배인 윤석열(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올해 6월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검사장 중 처음으로 옷을 벗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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