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경제성 없다"면서 정부에 손실 요청...앞뒤 논리 맞지 않아
결국 "월성 1호기는 정부의 압박으로 폐쇄했다"는 해석
월성1호기 운명은 감사 발표 후 원안위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여

원자력안전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제공)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로 삼았던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대한 논란이 뒤늦게 번지고 있다.

종합하자면 월성 1호기에 대한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원전 이용률이 60%라는 가정 하에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무시하고 2017년 이용률이 40.6%였다는 것을 근거로 "경제성이 없다"며 지난해 6월 15일 폐쇄 결정을 내렸다. 

당시 삼덕회계법인이 작성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이 제로가 되는 이용률은 54.4%다. 이용률 40%일 경우엔 563억 손실, 60%는 224억 이득, 80%는 1010억 이득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향후 이용률은 60%로 가정했다"고 명시하며 "월성 1호기는 계속 가동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덧붙여 "이용률 60% 시나리오에서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경제성 평가와 다른 결정을 하려면 손실 보전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수원도 이에 따라 "정부에 보전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문제는 한수원이 원전 이용률 40.6%를 근거로 들어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정부에 손실 보전 요청을 할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용률 60%라는 가정 하에 한수원이 정부에 손실 보전을 요청했다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는다.

한수원은 이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꺼려하는 상황이지만 결국 한수원의 정부에 대한 보전 요청은 "월성 1호기는 정부의 압박으로 폐쇄했다"는 결론과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수원 측은 당시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사들이 민사 책임이나 형사상 배임죄에 걸리지 않는다는 법적 자문결과를 받기도 했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공무원식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현실적으로 가동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내린 결론을 '조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한수원은 구조상 중간에 껴있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상황이 바뀌고 난 뒤에 벌어질 일들"이라며 "폐쇄 결정에 대한 책임을 언젠가 묻게 될 텐데, 한수원 입장에선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동시에 탈원전에 대한 책임을 묻게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해당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대한 공개 요청에 '영업 비밀'이라며 제출을 한동안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 9월 30일 본회의에서 '월성 1호 조기 폐쇄 타당성 및 이사들 배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은 재석 203명 가운데 162명 찬성으로 가결된 상황이다.

 탈핵시민행동과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사진: 연합뉴스 제공)

문제는 감사원의 칼 끝이 정부의 '탈원전 압박에 따른 폐쇄 조치'로 향하긴 힘들 것이란 점이다.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어 정작 탈원전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한수원 이사들을 추궁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반면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월성 1호기 폐로 결정 데이터가 왜곡·조작됐고 주민수용성 조사가 허위라는 의혹이 있다"며 '보고서 조작'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같은 문제를 둘러싼 '월성1호기 영구정지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지난 22일 원안위는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에 대해 2시간 가량 논의했으나 한수원에 대한 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 안건에 대한 심의가 보류된 상황이다. 원안위 회의에서 운영변경 허가안이 의결되면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영구 정지 원전이 된다.

한편 장외에선 한수원 노동조합 등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반대한다"고 외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탈핵시민행동,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등 6개 단체는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하라"며 맞서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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