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게 장자방(張子房)이 한 명도 없다 [유태선 시민기자]
황교안에게 장자방(張子房)이 한 명도 없다 [유태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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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1.19 21:35:21
  • 최종수정 2019.11.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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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강하고 내가 약한 경우에 주로 다음과 같은 전략에 의존하게 된다. 강력한 적을 격파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과 연합하여 대항한다. 마침내 싸움에서 승리한 이후에는 기존의 협력자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친위부대로 서서히 대체한다.

고대 중국의 역사소설 초한지 (楚漢志)의 한신은 이를 토사구팽 (兎死狗烹)이라고 했고 공산당 혁명 이론에서는 통일전선전술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모택동은 이러한 전략의 효과를 몸소 입증하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과 반문 연대를 통한 보수 통합을 논의하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한 궁여지책일 것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내에는 반드시 황교안을 청와대의 주인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 보수통합을 외치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황교안의 권한을 유승민 등에게 나누어 줄 생각만 하고 있을 뿐 황교안을 보수의 중심인물로 자리잡게 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초한지의 다음 장면을 읽다 보니 자유한국당에는 - 항우를 격파하고 유방을 황제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장량 (張良), 즉 장자방과 같이 - 문재인과 그의 후계자를 격파하고 황교안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사람은 없고 - 6국의 후예들을 제후로 세워 봉건제를 회복하려고 하는 역이기와 같이 - 황교안의 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학식을 과시하고 입신양명을 추구하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한신이 북벌을 나가있는 상황에서 유방은 항우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아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어떻게든 항우의 공격을 줄여보고자 마침 옆에 있던 참모 역이기에게 방책을 묻습니다.

역이기는 주 무왕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무왕이 은나라를 무찌르고 제후들에게 봉읍을 주어 국가가 안정이 되고 도덕이 바로 섰다며, 6국의 후예들을 다시 제후로 세우면 군신과 백성들이 대왕의 은덕에 감동하여 천하가 귀속될 터이니, 그 자리에서 천하의 패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초패왕 항우는 공손하게 대왕 앞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라고 진언을 하지요.

유방은 크게 기뻐하며 당장 6국의 옥새를 파라고 명합니다. 외지에 나갔다가 들어온 장량과 식사를 하던 유방이 기분이 좋아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장량이 놀라서 ‘누가 그딴 소리를 하였느냐’고 대놓고 나무랍니다.

지금 항우를 제압할 수 있으면 제후를 봉해도 그들이 유방을 따르겠지만 현재 항우의 힘이 더 센데 가당치도 않다며, 7가지의 이유를 댑니다. 요약을 하자면 고향을 떠나 유방을 따르며 온갖 고생을 하는 무리들은 나중에 천하를 통일하면, 땅 한 뼘이라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데, 갑자기 제후를 봉해버리면 누가 남아서 고생을 하겠느냐고 했습니다. 뿔뿔이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다는 이야기지요.

유방은 놀라 만들던 옥새를 당장 부수라고 말합니다.

시간과 장소의 차이는 있지만 항우를 문재인으로 유방을 황교안으로 놓고 보면 위 대목을 다음과 같이 고쳐 적어도 될 것 같다.

문재인의 정치적 공세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황교안은 자유한국당 참모들에게 방책을 묻습니다.

한 참모가 나서서 말하기를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국회의 중진 의원들에게 고위직을 나누어 주어 신한국당 내의 안정을 가져 왔습니다. 박근혜 탄핵 같은 작은 사건은 모두 잊어 버리고 안철수, 유승민 등을 포용하면서 대표님의 권한을 나누어 준다면 국민들이 황교안의 사심 없는 결단에 감동하여 협력할 것이니 문재인을 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조언을 합니다.

황교안은 크게 기뻐하며 우선 바른미래당 유승민과의 통합을 준비하라고 지시합니다. 10월 3일 태극기 집회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시민들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황교안이 기쁨을 감추지 못 하고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한 시민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하였느냐"고 화를 내며 나무랍니다.

지금 당장 문재인을 제압할 수 있다면 모두 대표님을 따르겠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보다 자유한국당이 열세에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냐며 반박합니다. 즉, 자유한국당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훗날 황교안 대통령 시대가 오면 혹시 자신들도 고위직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유승민을 2인자로 영입해서 빈자리를 그에게 나누어 준다면 누가 남아서 대표님 곁에서 함께 고생을 하겠느냐고 말합니다.

황교안은 깜짝 놀라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신중을 기할 것을 지시합니다.

아마도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밤낮으로 일하는 것이지 나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가 이들의 언행 아래 숨겨져 있는 부와 권력에 대한 갈망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내에 초한지의 장자방과 같은 사심 없고 현명한 참모가 없다면 황교안 대표가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민간인으로 지내던 2012년 또는 2018년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다. 평생 동안 모범적인 시민이었던 과거의 황교안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현재의 황교안에게 어느 길이 맞는지를 정확하게 알려 줄 것이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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