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BC 폭로...하버드대-육군대학원 졸업자인 듯 과장, 경력 날조,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도 '입증 불가'
미나 장, 1월 USAID 부처장 지명 후 상원 인준 기다리는 과정서 4월 美국무부 부차관보 고위직 접수
트럼프, 9월 돌연 USAID 부처장 지명 공식철회...NBC "상원 외교위서 경력 세부자료 제출 요구한 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30대 한국계 여성으로서 이례적으로 국무부 부(副)차관보(deputy assistant secretary)급에 오른 미나 장(Mina Chang·32)이 학력과 경력을 속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고학력자, 전 세계 험지를 돌아다니는 국제 구호단체 최고경영자(CEO), 음반을 낸 가수라는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고위직에 추대된 그의 행적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현지 언론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NBC는 12일(현지시간) "미나 장 미 국무부 분쟁안정국(Bureau of Conflict and Stability Operations) 부차관보가 본인 학력을 부풀리고, 이전 봉사 경력도 과장했다"며 "이력서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국무부 당국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국무부 부차관보는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 미국 국가 기밀을 다루는 주요 보직이다.
장 부차관보는 버지니아에서 출생한 재미교포 2세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 국제개발처(USAID) 아시아 담당 부(副)처장(Assistant administrator)으로 그를 직접 지명해 눈길을 끌었다. 상원 인준을 기다리는 동안 4월부터 임시로 국무부 부차관보 직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초 돌연 USAID 부처장 지명을 공식 철회했다.
미 정부가 주관하는 국제 원조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도맡는 USAID는 매년 국무부와 함께 400억달러(약 46조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무르는 핵심부처로 알려져 있다. USAID가 단독으로 유용할 수 있는 예산만 최소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라고 한다. NBC는 "올 9월 상원 외교위에서 인준 절차에 필요한 경력 등의 세부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장 부차관보에 대한 USAID 부처장 지명이 갑자기 철회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무부 홈페이지 올라와 있는 장 부차관보의 공식 이력서를 보면 ▲유엔에서 무인항공기 관련 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모두에서 연설했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지만 NBC는 이 모두가 "날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NBC는 특히 장 부차관보의 이력서에 기재돼 있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alumna) ▲미 육군 대학원 졸업생(graduate)이란 학력사항 역시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NBC는 취재 결과, 장 부차관보가 하버드대에선 2016년에 8만2000달러(약 9500만원)가 드는 7주짜리 단기 교육과정만 수료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 육군 대학원에서도 4일 간 국가안보 관련 세미나에 참여한 게 전부라고 전했다.
다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측은 "학교에서 학위를 받지 않더라도 특정 최고위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겐 동문 자격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NBC는 장 부차관보가 과거 비영리단체 '링킹 더 월드'의 대표로 활동했다는 이력에 대해서도 "2014년 해당 단체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아프가니스탄·미얀마·아이티·케나 등지에 학교를 세우고 기아 구호·의료 지원 등의 활동을 해왔다'고 했지만, 이 단체의 2014~15년 납세 자료엔 해외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나 장이 운영했던 링킹 더 월드의 예산은 고작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남짓이었으며, 세금 신고서 기준으로 따져봐도 1만달러(약 1170만원) 이상 해외에서 예산을 쓴 내역이 없고, 해외 체류 직원 수도 '0'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NBC는 장 부차관보가 2017년 링킹 더 월드 홈페이지 올린 영상에서 자신이 시사지 '타임'의 표지 모델로 실린 적이 있다며 해당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타임 측에 확인한 결과 '진짜가 아니다'(not authentic)라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동영상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인사국 관료 출신의 제임스 피프너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이 같은 장 부차관보의 학력·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이 정부가 과거 정부만큼 신원 검증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