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돼지 살처분·매몰 과정에서 유출...임진강 10여km 부근
정부 "확인하고 긴급 차단 조치했다"...사고 발생 이틀 후 뒤늦은 입장 표명
경기 연천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진행 중인 돼지 살처분·매몰 과정에서 대량의 침출수(돼지 핏물)가 유출돼 임진강 지류 하천을 오염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에 따르면 연천군은 지난 10∼11일 마지막 남은 돼지 살처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매몰 처리할 대형 용기의 제작이 늦어지자 4만7000여 마리 돼지 사체를 중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군부대 내 매몰지에 트럭에 실은 채 쌓아놓았는데 당일 비가 내려 핏물이 빗물과 함께 새어 나와 인근 하천을 붉게 물들이는 등 침출수 유출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가 난 매몰지는 임진강과는 10여㎞, 임진강 상류 상수원과는 직선거리로 8㎞가량 떨어져 있다.
침출수는 이미 임진강 지류 마거천과 연결된 실개천으로 흘러 100∼200ｍ 구간은 눈으로도 쉽게 핏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급하게 오염수 펌핑 작업과 펜스를 설치해 침출수가 더는 임진강에 흘러들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일부는 이미 마거천을 통해 임진강으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뒤늦게 모든 매몰지를 대상으로 현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천군 매몰 처리 과정에서 10일 돼지 피가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하류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침출수가 유입되지 않도록 긴급 차단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매몰지와 150ｍ 떨어진 소하천 사이에 둑을 2개 설치해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또 전날 밤 연천 현지 점검에 나서 미비한 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상수원을 위협할 수 있는 이 같은 중대한 사안이 10일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에 대해 이틀이나 지나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행정 역량이 집중돼 있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뒤늦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