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헤어디자이너, 페이스북 지인 등 3명의 6개 계좌 차명으로 써서 백지신탁의무 회피
공소장에 공범관계로 적시된 조범동한테선 주기적으로 미공개정보 제공받아
동생과 차명 매입한 WFM 12만주 중 7만주는 미신고한 채 숨기고 있다가 동생 집에 보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씨./연합뉴스, SNS 캡처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씨가 구속기소된 가운데 검찰의 조사 결과 정씨는 남편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부터 법무 장관직에서 사퇴하기까지 2년간 주기적으로 차명 주식 투자를 벌인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정씨는 남편의 공직자윤리법상의 재산등록과 주식백지신탁 의무를 피하기 위해 동생과 지인 등 3명의 6개 계좌를 차명으로 활용하며 미공개 정보를 통한 이익실현을 해왔다.

지난해 1월 정씨는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7)씨한테서 “더블유에프엠(WFM)의 2차전지 음극소재 양산 공장을 곧 가동할 것”이라는 호재성 미공개를 들은 뒤 동생 명의 계좌로 WFM 주식 7700만원을 차명 매입했다. 같은 해 1월 31일에는 동생 정광보(56) 보나미시스템 상무와 한 지인(知人) 명의를 써서 이 회사의 실물주권 12만 주(6억원치)를 차명으로 사들였다. 실제 이곳의 공식적인 공장 가동 소식은 2월 9일에 공개됐다. 정씨는 당시 시세보다 2억4000만원 싸게 주식을 사들였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정 상무의 진술에 따르면 정씨는 12만 주의 주식 중 7만 주는 가족 재산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자택 개인금고에 숨기고 나머지 5만 주는 동생 자택에 보관하게 했다. 이후 자신의 7만 주를 정 상무의 자택으로 넘겼다.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얻은 재산인 이 자금을 검찰은 범죄수익으로 판단했으며 또한 이 자금이 재산에 신고되지 않았으므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보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또한 정씨 남매는 같은 해 2월 조씨로부터 또 다른 호재성 정보를 전달받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연구원에서 WFM의 음극재 평가 실험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에 정씨는 평소 단골로 있던 헤어숍 디자이너 A씨 명의 계좌를 빌린 뒤 WFM 주식 2100만원치를 다시 매입했다. 하루 뒤 해당 정보가 뉴스로 보도됐다.

이어 정씨는 같은 해 11월 “WFM이 중국의 한 업체에 음극재 납품을 위해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정보가 공개되기 4시간 전 역시 디자이너 A씨 명의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총 7억1300만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또한 정씨는 페이스북을 알게 된 지인 B씨 명의의 선물옵션 계좌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결국 정씨는 자신의 동생과 헤어디자이너, 페이스북 지인 등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총 790회에 걸쳐 입출금 등의 금융거래를 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와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 시기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직무를 맡게 된 2달 뒤(2017년 6월)부터 일가족 공모 범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장관직을 사퇴(올 9월)하기 2주 전까지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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