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날 열린 '건군절'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열병식 등장 모습(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날 열린 '건군절'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열병식 등장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구 소련 미사일 설계도에 의존했거나 부분적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 독일 전문가들이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에 기고한 북한 ICBM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최신형 미사일과 구 소련이 제작한 미사일이 여러 가지 유사성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가설은 북한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신형 미사일 예비시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또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최신 ICBM급 화성-15형이 러시아 기술자들이 개발에 성공했지만 생산 직전 폐기한 미사일을 포함해 옛 소련 시절 미사일 계열과 너무 유사성을 많이 보인다”고 밝혔다. 화성-15형은 지난해 11월 28일 시험발사 성공 이전에는 공개된 적이 없는 신형이다. 동해에서 최대고각으로 발사했을 때 정점고도 4475km까지 올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첫 미사일이다.

신문은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지난 2016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개발한 대다수 미사일 제작에도 구 소련의 설계도를 참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보고서를 작성한 독일 뮌헨의 미사일 기술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와 미국 정보기관의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였던 닉 한센은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개발하면서 외부지식과 기술, 하드웨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컴퓨터 모형 작업과 북한 미사일 영상을 분석한 결과 소련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서 외부의 지원을 받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기술 이전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은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의 크기와 모양은 1950년대와 1970년대 소련이 제조한 2단계 고체연료 미사일인 UR-100과 비슷하며 북한의 미사일 엔진은 옛 소련이 1965년 처음 제작한 RD-250 미사일 엔진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과 구 소련 미사일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은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중국이나 이란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 아니라 구 소련 기술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한 화성-15형은 구 소련 시절 개발만 되고 전면적인 생산은 이뤄지지 않은 또다른 미사일인 R-37을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련은 지난 1960년대 미국이 개발한 ‘미니트맨’ 미사일에 대적하기 위해 미사일 개발 2개 부서에 신형 미사일 개발 경쟁을 시켜 UR-100을 채택하고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R-37 미사일은 폐기 조치했다.

실러 연구원은 “증거는 없지만 북한의 화성-15형은 도난당하거나 암시장에서 팔린 R-37 미사일 기술이나 구 소련 시절의 비슷한 미사일에 근거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신형 미사일 조기 개발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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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화성15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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