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연방법원 프리드릭 판사 “北,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책임있다”
승조원 46명 등 171명 소송 참여...北, 역대 최대 배상금 지불해야 할 듯

푸에블로호 선체는 현재 북한 전승기념관 야외전시장인 보통강변에 전시돼 있다(연합뉴스).
푸에블로호 선체는 현재 북한 전승기념관 야외전시장인 보통강변에 전시돼 있다(연합뉴스).

미국 법원이 30일(현지시간)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 170여 명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미 법원은 북한이 재판 없이 북한의 승조원들에게 고문과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31일 워싱턴DC 연방법원이 1960년대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북한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VOA에 따르면 소송을 담당한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대브니 프리드릭 판사는 30일 공개한 ‘의견문(Memorandum & Opinion)’에서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원고가 요청한 부분 궐석판결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법원은 일반적으로 최종 판결에 앞서 혹은 판결과 동시에 판사가 결정한 내용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담은 의견문을 공개한다. 프리드릭 판사는 이번에 발표한 의견문에서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책임이 있고, 원고가 요청한 부분 궐석판결도 승인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원고의 손해배상금이 정해지지 않아 최종 판결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프레드릭 판사는 원고의 손해배상금을 담은 별도의 의견문을 조만간 내겠다고 밝혔는데, 이 때 최종 판결문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금 액수 등이 명시된 최종 판결문은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968년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은 지난해 2월 납북 당시 피해에 대한 책임이 북한측에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의 경우 고소가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1988년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지만 2008년 해제됐다. 그러나 약 9년만인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됐다.

프에블로호 승조원들은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북돼 약 344일을 억류 상태로 지내면서 고문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 돌아온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릭 판사는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의견문에서 납북 기간 “승조원들이 종종 안면이 빨갛게 돼 있거나 코피가 나고, 입술이 터져 있었고, 주먹으로 맞은 옆구리를 붙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 승조원은 19시간 동안 각목으로 폭행을 당하고 목과 사타구니를 발로 밟혀 일주일 이상 서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승조원은 북한의 선전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한 죄로 총살장으로 끌려갔다가 처형 직전에 살아나왔다고 했다.

승조원의 가족들은 이들이 납북을 당한 이후 “지속적으로 고통스런 두려움 속에 살았고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심한 괴로움이 처했다”고 밝혔다.

VOA에 따르면 프리드릭 판사는 북한이 소환장과 소장, 그리고 이에 대한 한글 번역본을 정상적으로 수령했지만 아무런 공식 대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소송을 권석판결로 결론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승조원의 변호인단은 국제우편서비스 DHL을 통해 지난해 3월 13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수신인으로 하는 소장을 평양에 보냈다. ‘김’이라는 인물이 같은 해 4월 8일 이 우편물을 받았지만

푸에블로호 승조원이었던 월리엄 토마스 매시 등 5명은 지난 2006년 최초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이들은 2008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서 고소가 불가능해졌다. 북한이 2017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고 나서 3개월 후 이들은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북한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에는 승조원 46명과 가족 89명, 사망한 승조원의 상속인 36명 등 모두 171명이 참여했으며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된 소송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앞서 2008년 재판부는 승조원에게 1675만 달러씩, 사망한 승조원의 유산 상속인에겐 1435만 달러, 유족에겐 125만 달러의 배상금을 책정했다. 2008년의 배상 판결을 적용할 경우 총 배상 액수는 13억 9835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해외의 북한 자산을 압류해 배상금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 재무부는 북한과 관련해 7천만 달러를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검찰은 북한산 석탄을 운송했다 대북제재 위반으로 미국정부에 의해 압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대해 몰수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매각 대금 중 5억 달러는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가족에 대한 배상금으로 지불될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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