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 '태극기 세레머니'...1위 日선수와의 '훈훈한 모습' 눈길
이상화 37초33로 2위 기록...'라이벌' 日고다이라 36초94로 1위
이상화 아시아 최초 3연속 500m 메달
"100명의 외교관보다 낫다.이번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찬사도

(사진제공-연합뉴스)이상화 선수를 격려해주고 있는 고다이라 나오 선수
(사진제공-연합뉴스)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

올림픽 3연패에 도전했던 '빙속 여제(女帝)' 이상화(29)가 18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를 기록하며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15조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이상화는 부상의 여파로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순간적으로 주춤했지만 멋진 경기를 펼친 끝에 37초3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4조로 앞서 달린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겐 0.39초 뒤진 기록이었다.

이상화에게 평창동계올림픽 도전은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계속된 무릎 부상에 시달린 이상화는 하지정맥류까지 걷기 어려울만큼 증세가 악화돼 지난해 3월 오른쪽 다리 하지정맥류 수술을 결심했다.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한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선수 생명을 걸고 수술이라는 모험을 한 것이다. 

이상화는 3연패라는 부담감과 계속된 부상에도 불구하고 강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레이스를 끝내고 최종 결과를 확인한 이상화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16조 경기가 끝나고 은메달이 확정된 이상화는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대형 태극기를 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는 달려가 이상화를 끌어안았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잘했어'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I still respect you(난 아직도 널 존경한다)'라고 얘기하며 격려했다. 

태극기를 손에 들은 한국의 이상화 선수와 일장기를 몸에 두른 일본의 고다이라 선수의 훈훈한 모습에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고다이라는 이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상화가 받는 압박은 상당했을 것”이라며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화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다이라와 레이스를 하고 기분 나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그녀는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또한 19일 자신의 SNS(인스타그램)에 고다이라와의 사진을 게재한 뒤 "2등도 만족하고 아직도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응원과 함성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상화의 이날 모습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혁수 전 해군 제독은 페이스북에서 "100명의 외교관보다 낫다. 서로를 존경하고 칭찬한 모습. 이번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이다"라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경기가 끝난 뒤 두 선수가 각자의 국기를 들고 함께 관중에게 인사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이상화 선수의 '태극기 세레머니'
(사진제공-연합뉴스)이상화 선수의 '태극기 세레머니'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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