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서 ‘조국 사태’ 관련 사실상 대국민 사과
“국민의 박탈-좌절감 못 헤아려...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일부 초선 의원들의 당 책임론 제기와 연관있는 듯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검찰 개혁에 혼신의 힘 다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여당 대표가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점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송구하다는 것이 사과냐’는 기자의 질문에 “표현대로”라고 대답했다. 그는 “두 달 반 동안 갈등이 심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국민이 많이 실제로 지쳤고, 그런 점에 대해 당의 입장에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일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검찰개혁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도 절감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그리고 검찰 내부의 조직 문화와 잘못된 관행들을 철저하게 개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은 조 전 장관의 낙마 이후 당내 일부 초선 의원들이 책임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스타 정치인’ 이철희 의원은 지난 15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라며 “너무 비겁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철희, 표창원 의원은 지난 28일 이해찬 당대표와 면담을 갖고 “당을 젊게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성수, 제윤경, 최운열, 서형수, 이용득 등 대다수 비례 의원도 불출마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관련해 “제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며 “아무리 정부 비판과 견제가 야당의 임무라지만 이렇게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 발목잡는 것도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말씀하는 게 아니고 시종일관 비난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고 했다.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은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대통령이 상중인데, 이런 패륜적인 만화를 만들어서 돌려보는 행위는 삼가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내 쇄신 및 당직 개편 요구에 대해서는 “여당의 쇄신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잘 만들어 국민에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당직 개편 얘기는 당내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제가 각 시도와 예산정책협의를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충실하게 하는 게 혁신이지 서로 인신공격을 하는 게 혁신은 아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원 게시판과 당내 일부 의원 사이에서 불거진 책임론과 사퇴 요구에 대해 “아주 극소수자가 그러는 것”이라며 “그 사람들 의견도 무시해선 안 되지만 대다수 당원의 뜻에 따라 당은 운영해야 한다. 선거가 다섯달 밖에 안 남았는데 지도부를 여기서 물러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고 했다.

총선 준비와 관련해 “국민과 함께하는 총선 과정을 만들 것”이라며 “그제(28일)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고 이번 주 중 위원 선임을 마무리하고 실무적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곧 인재영입위원회도 출범시킬 계획”이라며 “민주당의 가치를 공유하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준비된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 독립운동가·국가유공자 후손,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청년장애인여성 등이 영입 대상”이라며 “가능한 한 많이 이런 분들의 비례대표, 지역구 출마를 위해 제가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공식화는 천천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재영입 등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실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 당의 누구 하나가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제가 대표를 맡고 나서 민주적으로 당 운영과 소통을 하고 있어 모두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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