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북제재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 징후 데이터로 드러나”

38노스 화면 캡처
38노스 화면 캡처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2017년 이래 안정세를 유지하던 북한의 달러화 대비 환율이 최근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대북제재에 따른 외환보유고 감소 징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연구원이 지난 25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에서도 안정세를 유지하던 북한의 환율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정권의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에 미치는 제재의 충격이 마침내 데이터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이래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 당 8천~8200원대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는 “이 기간 북한의 환율은 1.15% 소폭 등락하는데 그쳤다”며 “이는 북한정권이 화폐를 적게 찍어내 공급을 위축시키고 통화 통제를 통해 환율 강제 고정 조치를 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변동 폭이 급격히 커지면서 3월에는 최대 85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7월에는 7800원대로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다시 8400원대로 급등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환율 불안정은 북한의 외환보유고 사정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각국은 통상 통화 대비 달러 환율이 불안정하면 중앙은행에서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자국 통화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목표 환율을 유지하지만 북한은 제재로 외환보유액이 충분치 않아 환율 안정세 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2016년께 집중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힘쓴 정황이 있다”며 “대북제재를 예상하고 미리 대응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VOA에 “북한 외환보유액 관련 통계가 전무한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근 환율 변동 폭은 외환보유액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제재로 인한 외환보유고 고갈이 북한경제를 더욱 옥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김정은이 금강산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정부를 비난하고 북한관료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연일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제재 해제 논의가 더딘 게 대한 과민함과 불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의 불규칙적인 변동인 수개월 간 더 지속된다면 이는 제재로 인한 북한의 외환 상황과 경제 상황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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