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박경서 적십자회장 방북 사례가 유일..."이마저도 소극적, 후속논의 전혀 없어"
'대북 원칙대응'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적은 대북접촉 중 3차례 납북자문제 제기
TJWG 신희석 연구원 "盧정부는 남북정상회담서도 거론했던 의제...분명한 퇴보"
이영환 대표 "이산가족 사연만 감성적 홍보...납북피해자는 평화선전 도움 안돼서인가?"

 북한억류자석방촉구시민단체협의회 소속 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25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유해 송환, 북한 억류자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북(對北) 대화를 치적 삼아온 문재인 정권에서 수십번의 대북 접촉에도 불구하고, 정작 6.25 국군포로 및 전후(戰後) 납북자 문제를 제기한 건 단 한번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대북 대화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 때에도 납북자 문제 제기가 18번에 달했지만, 현 정권 들어 자국민 구출 노력 및 인권관이 크게 후퇴한 셈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측이 최근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 고위급회담, 적십자회담을 비롯해 수십번의 대화 기회를 만들었지만 전후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 6월 열린 제12차 남북적십자회담 때가 유일했다.

지난해 1년간만 보더라도 남북 당국 대화는 총 36회 열렸다. 통일부에 따르면 박경서 한국적십자회장은 그해 6월 방북해 박용일 북한적십자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제 제기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후 이렇다 할 후속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인권운동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이영환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경서 회장이 (북한에) 가기 전 기자 질문에 '평화 우선, 인권은 부차적' 논란 발언 남기고 방북했다"며 "돌아와 그에 관해 이렇다 밝힌 것이 없었으며 (납북자 문제 관련) 후속논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의 전신(前身) 격인 노무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총리회담 및 장관급회담 등 최고위급에서 납북자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총 18차례 제기했고, 대북 원칙적 대응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남북대화 빈도가 훨씬 낮았지만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및 회담을 통해 같은 문제를 각각 3차례 제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후 납북돼 아직 송환되지 못한 억류자는 5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납북자 대부분은 어부로 조업 중 납북됐다. 일반에겐 1969년 12월 발생한 KAL기 납북사건으로 억류된 11명의 경우가 알려져 있다. 당시 김포에서 출발해 강릉으로 가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공작원에 의해 장악돼 북한으로 납치됐으며 이후 승객 및 승무원 39명은 송환됐으나 11명은 끝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전후 납북자 문제는 인권은 물론 '주권침해' 사안으로 국제적 관심이 높아 정부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올해 초 KAL기 납북사건으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황원씨(82) 관련 정보를 한국 정부가 북한 측에 요구해야 한다는 서한을 문 대통령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사진=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페이스북 캡처

TJWG 소속 신희석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됐던 의제가 이번 정부 들어선 정상 수준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분명한 퇴보"라고 지적했다.

이영환 TJWG 대표는 "고령으로 돌아가시는 이산가족 어르신들의 사연은 통일부에서 나서서 감성적으로 홍보하는 반면, 고령으로 돌아가시는 납북가족 어르신들에 대해선 그렇게 조명해주지 않는 것도 따지고 비판할 문제"라고 짚었다. "납북억류문제와 피해가족들의 목소리는 평화선전에 도움 안 된다고 봐서일까?"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TJWG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등 피해가족회, 인권단체들과 함께 한국 정부의 납북ᆞ억류국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남북회담 상시의제화, 정부의 대북요구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강제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납북억류된 국민들을 대통령과 정부가 외면할땐, 시민들과 언론, 정치권에서도 함께 비판 목소리 높이고 힘 보태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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