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몇시간 앞두고 극적 타결…EU 정상들, 만장일치 승인
英의회 비준 난항 예상…보수당 파트너 DUP·제1야당 모두 반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17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정상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17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정상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하는 EU 정상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벌인 막판 협상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에 관한 합의를 도출했다. 영국은 오는 31일 브렉시트 마감 시한을 불과 보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는 일단 피했지만 영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돼 최종 결과는 미지수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의지가 있는 곳에 합의가 있다. 우리는 합의를 이뤄냈다. 그것은 EU와 영국을 위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실은 17일 트위터에 EU 정상들이 이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합의안은 영국 의회의 비준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영국의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통제권을 되찾는 훌륭한 새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했다”며 “이제 유럽연합의 관세동맹에서 떠날 것이며 전 세계와 무역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최대 쟁점은 이른바 ‘백스톱(backstop)’이라는 안전장치 문제다. 백스톱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 국경 통과 시 통행,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남게 되는 아일랜드 간에 국경문제가 발생한다. 양측은 그동안 국경도 따로 없고 자유로운 왕래도 가능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에는 다시 국경을 설치하고 통관 절차 등을 밟아야 한다.

영국의 메이 전 총리 정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EU와 영국의 무역 협상이 완전 타결될 때까지 북아일랜드 지역에 느슨한 국경 감시를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는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계속 남게 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영국 하원은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을 계속 거부했다. 결국 메이 전 총리는 사퇴하고 지난 7월 존슨 총리가 취임하는 등 영국 사회는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백스톱 조항을 강력 반대해왔다.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백스톱을 반민주적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이를 폐기하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해결에 진척이 없자 존슨 총리는 한발 양보해 관세와 국경에 있어 일정 기간까지 ‘두 가지 관세체제’를 적용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이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 체계를 적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브렉시트라 영국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사실상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이미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10석의 의석을 보유한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도 영국과 함께 EU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국 의회가 이번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브렉시트는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만일 영국 의회가 이번 브렉시트안을 승인하면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 4개월 만에 EU 탈퇴를 마무리 짓고 예정대로 31일 EU를 떠나게 된다.

존슨 총리는 일단 오는 19일 영국 의회에서 승인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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